“어떻게 먹고 살라고”…거리로 나선 전주 선미촌 성매매 여성

“어떻게 먹고 살라고”…거리로 나선 전주 선미촌 성매매 여성

입력 2017-07-21 14:26
수정 2017-07-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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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여성 150여명 집회…전주시, 선미촌에 ‘문화예술촌’ 추진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이곳에 나왔습니다.”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이른바 ‘전주 선미촌’의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21일 오전 거리로 나섰다.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 모인 150여명은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든 채 마스크와 선글라스 썼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단단히 말아쥔 주먹과 피켓을 높이 치켜드는 모습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한쪽 팔에는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적힌 붉은 띠를 둘렀다.

광장에 앉은 동료들을 바라보고 단상에 선 한 성매매 여성은 결의문을 낭독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는 “전주시는 문화예술촌 조성을 운운하며 선미촌에 터를 잡은 우리를 내몰려고 한다”며 “선미촌에 시청 현장사무소를 차리고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더는 감언이설로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하지 말라”며 “우리는 죽음으로 내모는 ‘갑질 행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집회에 참여한 또 다른 여성은 ‘먹고 살 길’을 걱정했다.

그는 “요즘 경찰은 순찰을 강화하고 심지어 손님으로 위장해서 함정단속도 한다. 점점 손님이 떨어져 나가서 일할 수가 없다”며 “전주시와 경찰은 우리를 몰아내려고 안달이다. 먹고 살길을 마련해주지 않고 나가라고 하면 혼자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나는 어떻게 사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업주들도 생존권 보장과 대책 없는 행정 집행 중단을 촉구했다.

업무 김모(36)씨는 “전주시는 아무런 대안도 없이 ‘점진적 기능 전환’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선미촌 부지를 매입해 예술촌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며 “합당한 경제적 지원도 해주지 않으면서 우리의 설 자리를 뺏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시간에 걸친 집회를 마치고 오거리 광장을 돌아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는 구간을 행진했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해부터 총 94억원을 들여 선미촌 일대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선미촌 영향으로 낙후되고 공동화된 서노송동 일대 11만㎡에 행복주택도 짓고 각종 갤러리와 공방 등으로 꾸며진 문화예술 거리로 만들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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