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뇌물 무죄→유죄…힘있는 검사에 준 ‘보험성’ 뇌물 인정

진경준 뇌물 무죄→유죄…힘있는 검사에 준 ‘보험성’ 뇌물 인정

입력 2017-07-21 15:23
수정 2017-07-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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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뒤집고 직무 관련성 인정…“개별 직무와 대가관계 인정 안돼도 뇌물죄 성립”

1심에서 무죄가 나왔던 진경준 전 검사장의 뇌물수수죄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것은 김정주 NXC 대표가 건넨 각종 특혜가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 사건을 청탁하려는 ‘보험 성격의 뇌물’이라고 인정된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진씨가 김 대표로부터 금전과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았으면 개별적인 직무와 대가관계까지 인정되지 않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개별적인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도 검사의 일반적 직무와 대가관계가 인정되는 이상 뇌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1심이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한 핵심 조건인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과 대비된다.

1심은 진 전 검사장과 김 대표가 대학 시절부터 오랜 친구 사이로 함께 여행을 다닐 정도로 친밀했던 점, 김 대표가 연루된 형사 사건이 없으며 실제 청탁을 한 정황은 없었던 점을 근거로 둘 사이 오간 금품은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반면 2심은 향후 사건 청탁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금품도 대가성·업무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가 수사를 받고 있거나 불법적인 사업을 하지는 않지만, 나중에라도 고위 검사의 영향력을 기대하고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과거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측근과 수사대상 기업 등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형을 받은 김광준 전 검사가 초등학교 선배인 건설업자로부터 5천400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뢰)가 유죄로 인정된 것과 비슷하다.

당시 법원은 “김광준 전 검사에게 금품을 준 업자는 향후 발생하게 될 형사사건에서 김광준을 통해 주임 검사 등에게 부탁해서 도움을 받고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검사장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도 김 대표가 ‘우리 사회에서 검사는 힘이 있고,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고 진술한 점을 판결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김 대표 진술에 비춰볼 때 그는 향후 진 전 검사장이 직접 맡는 사건은 물론 다른 검사가 담당하는 사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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