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많은 2층 병실 생존자 “젖은 손수건·이불로 버텼다”

사망자 많은 2층 병실 생존자 “젖은 손수건·이불로 버텼다”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1-26 15:56
수정 2018-01-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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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손수건과 겨울 이불을 뒤집어쓰고 버티고 버텼어요. 그 뒤로는 기억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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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화재 생존자 이송
밀양 화재 생존자 이송 26일 오전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현장에서 소방이 생존자를 인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서 119구급대원에게 구조된 이옥순(78·여) 씨는 밀양의 한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겨우 눈을 떴다.

이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곳은 이날 화재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2층이었다.

허리가 아파 보름 전에 밀양 세종병원에 입원했던 이씨는 이날 2층 병실에서 구조됐다.

구조 직후 이씨가 가족에게 화재 당시를 설명한 정황을 종합하면 환자들은 갑자기 들어찬 연기에 극심한 고통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입원실을 가득 채운 연기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 침대 옆에 있던 물휴지와 젖은 손수건 등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아 자신이 쓰던 두꺼운 겨울 이불을 머리에 감고 최대한 연기를 마시지 않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를 악문 채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고 버티던 이씨는 더는 참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정신을 잃었다.

허리 통증에다 다리까지 아파 평소에 보행기 없이는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혼자 병원 밖으로 대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씨는 의식을 되찾은 뒤에 상태가 호전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내 가슴 통증과 기침이 심해졌다.

가족은 기침과 함께 나온 이씨의 가래에서 검은색 그을음이 계속 보인다고 전했다.

구조 이후 의식을 차린 밀양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부산의 한 병원으로 다시 옮겨진 이씨는 화재 한나절이 지난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겨우 낮잠을 청했다.

이씨의 딸 백선주(54) 씨는 “엄마가 극심한 고통을 참고 혼자 버티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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