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왜 국정원 돈 받는지 이상했다”

“靑, 왜 국정원 돈 받는지 이상했다”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8-03-19 23:26
수정 2018-03-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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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 前국정원장 측근 증언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로 상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74) 전 국정원장의 측근들이 청와대가 돈을 요구한 당시 상황이 의아했다는 증언을 내놨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 뉴스1
남재준 전 국정원장.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19일 열린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남 전 원장의 비서실장 출신 박모(51)씨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예산도 있는데 왜 우리에게 돈을 받아가는지 이상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앞서 검찰 조사에서도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돈을 전달하기는 했지만 괜히 엮이게 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겨 회피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13년 5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남 전 원장의 정책특별보좌관인 오모(59)씨로부터 매달 5000만원씩 총 12회에 걸쳐 특활비가 든 봉투를 받아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직접 전달한 인물이다. 박씨는 “엮이게 되면 골치 아프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는 검찰 질문에 “상식적으로 거기(청와대)도 예산이 있는데 국정원 예산을 왜 받아갈까 생각하며 머리가 아팠다는 뜻”이라면서 “필요한 돈이니까 가져가겠지, 좋은 일에 쓰겠지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오후 증인으로 나온 오씨는 “남 전 원장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육군 참모총장을 지내면서 관서운영비로 책정된 지휘관 운영비를 간혹 상급 지휘관들이 갖다 쓰던 관행을 없애는 개혁을 하고 참모들에게 돈을 나눠 주신 분”이라면서 “부당한 지시에 순응하는 남 전 원장의 모습을 들키기 싫어 박 전 실장에게 봉투를 건네주면서도 돈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남 전 원장은 돈에 대해 엄격한 분인데 돈 문제 가지고 대통령께 따지긴 싫으셨던 것 같다”며 남 전 원장이 대가성을 바라고 특활비를 뇌물로 건넨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오씨는 또 “처음엔 한 번만 주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계속(매달) 줘서 기분이 나빴다”는 검찰 조사 당시 진술에 대해 “한 번은 본인(박 전 대통령)이 써야겠다 생각해서 쓸 순 있지만 정례화해서 간다니 더 웃기는 일이라 생각했다”고도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18-03-2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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