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예약했는데”…우한 폐렴 확산에 설연휴 여행객들 근심

“겨우 예약했는데”…우한 폐렴 확산에 설연휴 여행객들 근심

김태이 기자
입력 2020-01-23 09:23
수정 2020-01-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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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다 비싼 수수료 내고 중국 등지 여행 취소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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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없이’
‘감염병 없이’ 22일 오후 설연휴를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이 이용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0.1.22
연합뉴스
사건팀 =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우한 폐렴’의 확산 우려가 연일 커가는 가운데 나흘간 이어지는 설 연휴를 맞아 짧은 휴가를 즐기려던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환자 발생 지역이 아시아 전역으로 점차 넓어지는 데다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중국 현지는 물론,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까지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3일 온라인 맘카페와 여행정보 공유 커뮤니티 등을 보면, 현재 중국에서 우한 폐렴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문의하며 설 연휴에 중국을 방문해도 될지 묻는 글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

여행·호텔 후기 등을 올리는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은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 톈진(天津)에 다녀올 계획이었지만 우한 폐렴이 중국을 넘어 일본, 태국에서도 발견됐다는 소식에 고민 끝에 여행을 취소했다”고 썼다.

중국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페에는 “결혼 앞두고 부모님·예비신랑과 상하이(上海)에 가려고 준비했는데 심란하다”며 “취소하면 200만원이 그냥 날아가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글이 올라왔다.

부부 동반으로 선전(深천<土+川>) 골프 여행을 예약했었다는 남모(58)씨는 “설 당일인 25일부터 닷새간 지인들과 쉴 계획이었는데 우한 폐렴 때문에 취소 수수료 17만원씩 내고 취소했다”고 아쉬워했다.

상하이 근처에 거주하는 유학생 배모(23)씨는 “어제 동네 마트에 갔더니 마스크도 동났더라”며 “우한뿐 아니라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느는 추세라 설 연휴에 중국여행을 계획하는 친구들을 모두 말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국내외 유명 관광지 여행조차 기피하는 반응도 있다.

임신 중이라는 한 여성은 중국인들이 제주도를 많이 찾는 점을 언급하며 “설 연휴에 3박 4일 제주 여행 일정을 잡아두고 항공, 숙소, 렌터카까지 예약했는데 우한 폐렴 걱정에 결국 취소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냐짱 여행을 예약했다는 한 누리꾼은 “설 연휴에 중국인들이 베트남 여행을 많이 간다고 해 걱정”이라면서 “현지에 있거나 관련 소식을 알고 계신 분들은 상황을 공유해달라”고 문의하기도 했다.

여행업계는 겨울방학에 설 연휴까지 이어지는 시기에 우한 폐렴의 불똥이 튀자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우한 폐렴 이슈가 불거지면서 올해 1월 신규 예약 건수는 작년과 비교해 약 15% 감소했지만, 취소 건은 25% 가까이 늘었다”며 “문의전화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여행 취소에 따른 수수료 부담에 대한 불만도 있다. 우한 폐렴 문제가 불거졌더라도 현재로서는 별도의 당국 지침이 없기에 항공·호텔·여행 패키지 상품 취소 수수료는 기존 약관에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칭다오(靑島) 여행을 계획했다는 직장인 염모(26)씨는 “주변에서 걱정하면서 말리는 탓에 호텔에 메일로 문의했더니 수수료 없이 예약을 취소해줬는데 항공권은 취소 수수료만 15만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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