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 문 닫은 캠퍼스 지켰는데…중앙대 ‘정문냥이’ 추모 물결

이 봄 문 닫은 캠퍼스 지켰는데…중앙대 ‘정문냥이’ 추모 물결

강경민 기자
입력 2020-04-25 15:54
업데이트 2020-04-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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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240여만원 순식간에 모금됐지만 결국 숨 거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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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죽은 중앙대 정문냥이
사고로 죽은 중앙대 정문냥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캠퍼스에는 언젠가부터 정문 근처에서 학생들을 맞이해 ‘정문냥이’라고 불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연합뉴스
“넌 혼자 다니던 나에게도 늘 먼저 다가와 주던 따뜻한 고양이었어. 고양이별에서는 따뜻하고 배부르게 지내렴.”

“길을 가다 너를 보면 종일 기분이 좋았어. 힘든 일이 있어도 널 보면 기운이 났어. 고마웠어 냥이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캠퍼스에는 언젠가부터 정문 근처에서 학생들을 맞이해 ‘정문냥이’라고 불리는 고양이가 있었다.

흰색과 연한 갈색이 섞인 털을 앞발로 정리하면서 햇볕을 쬐던 정문냥이는 학생들이 나타나면 경계하는 일도 없이 먼저 다가가 몸을 비비곤 했다. 중앙대 학생 커뮤니티에 캠퍼스 고양이들의 사진과 정보를 공유하는 ‘중앙대 고양이’라는 게시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캠퍼스에서는 유명했다.

이 고양이가 최근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은 사실이 알려지자 고양이와 쌓은 추억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학생들의 추모글이 잇따랐다.

이달 21일 ‘중앙대 고양이’ 게시판에는 “트럭에 부딪혀 다친 정문냥이를 구조해 동물병원에 데려왔다”는 학생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상태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으니 치료 비용을 후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평소 정문냥이와 정이 든 학생들이 모금에 참여해 서너시간 만에 240여만원이 모였다.

하지만 부상이 심했던 정문냥이는 그날 밤 호흡곤란으로 결국 숨을 거뒀다. A씨는 “마음이 무너진다”며 이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렸다.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다양한 표정의 정문냥이 사진과 함께 추모글을 올리며 저마다 간직해 온 기억들을 공유하고 있다.

며칠 전 도서관에 가려고 무릎에 있던 정문냥이를 내려두고 왔다는 한 학생은 “그 순간이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좀 더 쓰다듬어줄 걸 그랬다”고 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터졌다는 학생도 있었다.

한 신입생은 “고등학생 시절 중앙대 캠퍼스 투어에서 정문냥이를 본 기억이 생생한데, 신입생이 되자마자 떠나버려 슬프다”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다친 정문냥이를 구조하고 후원금을 모았던 A씨는 “너무 많은 금액이 모여 원하는 사람에게는 환불하고, 남은 금액은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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