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사태로 본 탈북자들 취업 그늘
남북하나재단서 취·창업 교육 지원대부분 인턴이나 지방 생산직 위주
사무직 희망 젊은층과 눈높이 차이
청년층 구직난에 코로나 악재 겹쳐
취업 포기하고 유튜버로 나서기도
2009년 탈북한 장모(38)씨는 현재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약 10개월간 디자인 교육과 실습을 받고 있다. 실습 기간 재단에서 월 80시간당 최저 시급 기준으로 약 60만원 정도 지원받고 있다. 장씨는 29일 “재단의 프로그램이 충실하다”며 만족해했다.
2013년 탈북한 임모(35)씨는 대학 졸업 후 수도권의 한 통신장비 업체에 다닌다. 남북경협관련 포럼에서 만난 기업가의 소개로 취업했다. 직장 3년차인 그의 연봉은 지난해 3300만원이 넘었다. 인맥을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됐다.
최근 경계 철책선을 뚫고 월북한 탈북민 김모(24)씨 사건을 계기로 남한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의 취업, 안정 등의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많은 사람들은 독재와 빈곤으로 살기 어려워 탈북한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월북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제대로 된 직업 없이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다가 월북한다는 것은 정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탈북민 주관 부처는 통일부이지만, 탈북민 정착 지원은 남북하나재단으로 일원화된 상태다. 재단에는 취·창업뿐만 아니라, 장학, 복지, 교육, 영농, 돌봄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장씨처럼 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사람이 있지만 임씨처럼 재단을 통하지 않고 주변에서 인맥으로 취업하는 사람도 있다. 월북한 김씨는 이들과 같은 안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문제는 재단과 탈북 청년들의 눈높이가 다른 데 있다. 재단을 찾는 탈북 청년들은 사무직을 원하지만 재단에서는 연결해 주는 직업은 인턴이나 현장직 또는 생산직이 대부분이다. 청년층 취업이 어려워진 데다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마땅한 일자리를 연결해 주는 게 더 어려워졌다. 한 20대 탈북민은 “재단에서 연결해 주는 직업은 대부분 인턴이거나 지방근무가 필요한 자리다”며 “재단의 지원이 창업을 준비하는 탈북민들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혼 등을 고민하면 빨리 취업해야 해 주변 사람의 도움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아예 유튜버로 나서는 탈북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 ‘북한’, ‘탈북’이라고 치면 수백건의 동영상이 뜬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취업도 안 되는 탈북 청년들이 유튜브에 몰리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20-07-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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