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이상기후 피해 대처하려면
강수량 집중 시간대 예측은 안 돼韓 예보 기술, 선진국 수준이지만
슈퍼컴 계산 능력 등 더 개선해야
10㎞ 기준 분석 ‘해상도’ 향상 중요
지형·인구 등 고려한 위험도 분석
“기상청·유관기관 유연한 협력을”
수해 복구 중
지난 8일 내린 집중호우로 극심한 피해를 본 서울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의 입구에 15일 못 쓰게 된 물품이 가득 쌓여 있다. 기상청은 15일 중부지방에서 시작된 비가 전북과 경북 북부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비구름대가 유입되는 곳에는 돌풍·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시간당 50㎜ 이상 퍼부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많은 비가 예상되자 집중호우 대처 및 피해 수습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인명 피해 예방 대책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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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강수량을 근접하게 맞히는 것을 넘어 앞으로 내릴 비가 어떤 피해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선제적 대피 안내가 이뤄졌어야 했지만 이번 수도권 물난리에서 알 수 있듯 대비는 시민 각자의 몫이었다.
비의 총량은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변동성이 심한 강수가 어느 시간대에 집중될지 등에 대해선 정확한 예보가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100% 정확한 기상 예측은 불가능의 영역이라면서도 기후변화의 흐름과 경향성을 분석해 단기 기상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장기 기후변화 요인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준이 부산대 기상과학연구소 교수는 15일 “자연 시스템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예측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단기 예측 모델 개선 및 과학적 이해 증진을 위한 기초과학 분야 연구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을 개발해 영국 등 선진국 수준(99.2%)으로 예보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 등은 개선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전 세계 성능을 줄 세웠을 때 31위로, 수치 모델을 한 번에 장기간 비교하거나 다방면 수식을 적용하기에는 다소 성능이 뒤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수치 모델을 좀더 개량하고 관측 장비도 세밀하게 정비해야 한다”면서 “과거 기상값을 가지고 앞으로 펼쳐질 극한기상을 정확히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예보관에게도 예측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기후를 관측할 때 지리 격자 정보를 기존 100㎞ 기준으로 쪼갰던 걸 10㎞로 쪼개는 식으로 더 세밀하게 분석하는 등 수치 모델 ‘해상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도를 2배 높일 때 이를 처리할 계산 능력은 10배 늘어야 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의 성능 개선도 뒷받침돼야 미래 날씨를 수차례 실험으로 돌려 본 뒤 가장 높은 확률을 계산해 낼 수 있다”며 “기존에 관측하지 못했던 불확실성에 근거한 방재 전략 최적화를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재해 영향예보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단순히 ‘비가 얼마만큼 내린다’는 예보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해당 날씨로 인한 잠재 영향과 피해 발생 가능성 등 지역 맞춤형 취약 정보를 종합 진단하는 게 영향예보다. 영향예보를 처음 시행한 영국은 지형·지표 상태와 산업 분포, 교통, 인구 이동 수 등의 정보를 고려해 위험도를 분석한다.
영향예보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기상청과 방재 유관기관의 협력과 소통이 필수다.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기상 관측과 예보는 기상청 일원화로만 경직된 면이 있어 기상청이 정확하게 예보해도 재해 대응 관련 부서에서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역량이 부족한 편”이라며 “모든 역할과 책임을 기상청에만 맡길 게 아니라 기초 데이터 공유 등을 통해 학계와 부처 등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등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08-1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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