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관제탑 신축 중단 여파
이착륙 때 장애물 피하려고
고도·가시거리 기준 올려놔
기상 악화 땐 비행 더 어려워
“공사 재개 최대한 앞당겨야”
제주공항 신축 관제탑 공사가 시공사 경영난으로 중단된 가운데 하늘을 찌를 듯한 타워크레인 뒤편으로 비행기가 뜨고 있다.
그러나 21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한 결과 공항에 방치된 85.8m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결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타워크레인은 제주공항 관제탑 신축 공사가 6개월 넘게 중단되면서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결항 원인이 표면적으로는 해무 등 기상 악화지만, 실상은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관제탑 타워크레인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서울신문은 지난해 10월 18일 보도(‘건설사 경영난에… 제주공항 관제탑 신축 공사 두 달째 스톱’)를 통해 관제탑 공사가 지연될 경우 안개가 많이 끼는 계절에 결항과 회항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제주공항의 경우 항공기가 타워크레인 방향으로 착륙을 못 하고 다시 상승하는 고어라운드(착륙복행) 상황이 발생할 때 예전보다 높은 고도와 더 긴 수평 가시거리를 요구한다. 장애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관제탑 공사에 따라 이착륙 고도와 시정(가시)거리 제한 기준치가 고도 100피트·시정 300m에서 고도 300피트·시정 650m로 상향됐고, 결항 역시 기존 월평균 0건에서 최근 0.5~1.5건가량 발생하고 있다”면서 “공사 재개가 늦춰진다면 타워크레인만이라도 서둘러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사 주체인 제주지방항공청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때문에 기상제한 기준치를 올린 건 맞지만 결항 사태의 여러 요인 중 하나”라면서 “기존 시공사와 타워크레인 업체 간 대금지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철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제주지방항공청은 새 업체 선정을 위해 설계 보완 절차를 밟고 잔여 공정에 대한 재발주를 서두르고 있다. 입찰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올 하반기 공사에 재착수해 내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현 제주공항 관제탑은 관제실 북측 2개 기둥이 활주로 시야를 가리는 탓에 사고 위험을 안고 있어 새 관제탑 공사 재개가 시급하다.
한편 2022년 2월 신규 관제탑 착공에 들어간 이 사업은 시공사 경영난으로 인해 지난해 8월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공정률은 36%에 불과하다.
2024-02-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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