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문닫거나 소화기 지참했다면…”
인명피해 최소화 기회 2회 이상 잃어
계속되는 부천 호텔 화재 조사 - 24일 오전 경기 부천시 중동 호텔에서 화재 조사관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이곳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2024.8.24. 연합뉴스
투숙객 7명이 숨진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당시 객실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구조적인 원인으로 피해가 커졌지만, 대규모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2회 이상 있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원미구 호텔 7층 객실에서 발생한 불은 에어컨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 당국은 객실 810호(7층) 에어컨에서 전기불꽃(아크)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 매트리스에 옮겨붙은 뒤 객실 전체가 폭발적 화염에 휩싸이는 이른바 ‘플래시 오버’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중상자 2명을 포함해 12명이 다쳤다. 불길이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는데도 내부에서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데다 객실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구조적인 원인으로 이번 화재 피해가 커졌지만, 불이 난 직후 사망자를 줄일 기회는 적어도 두차례 있었다는 지적이다.
우선 발화지점인 810호의 객실문이 열려 있지 않고 닫힌 상태였다면 인명피해는 상당히 줄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애초 810호에 배정받은 투숙객 A씨는 화재 당일 오후 7시 31분 입실했다가 3분 만에 나왔다. A씨는 “에어컨 쪽에서 ‘탁탁’하는 소리와 함께 탄 냄새가 난다”며 호텔 직원에게 객실 변경을 요청해 결국 아래층 710호로 객실을 재배정받았다.
그러나 A씨는 810호를 떠나는 과정에서 문을 닫지 않고 나왔다.
원래 이 호텔 객실문은 2004년 준공 당시에는 방화문으로도 시공됐기 때문에 문이 자동으로 닫혀야 하지만 열린 채 방치됐다. 객실 문에 설치돼 있어야 할 자동 닫힘 장치 ‘도어클로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폐쇄회로(CC)TV 상으로 오후 7시 37분 7초부터 810호에서 연기가 분출하기 시작하더니 불과 83초 만에 7층 복도 전체가 유독가스로 가득 차고 말았다.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방화문은 방화 기능을 하기 위해 언제나 닫힌 상태를 유지하거나 화재로 인한 연기 등을 감지해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또 다른 아쉬운 순간은 호텔 매니저 B씨가 “810호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A씨의 말을 듣고 확인하기 위해 7층으로 올라갔을 때다.
조사 결과 B씨는 7층에 올라가 복도에 퍼진 연기를 확인하고는 비교적 신속하게 119에 신고는 했지만, 같은 층 투숙객들을 적극적으로 대피시키진 않은 것으로 파악되면서다.
한 화재 전문가는 “전기불꽃 정도는 20초면 소화기로 끌 수 있어 초기에 진화했으면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B씨가 다른 투숙객실의 문을 두들기는 등 적극적인 대피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기회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일단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B씨를 형사 입건했으며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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