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대 제왕 중에 가장 오래 산 왕은 고구려의 중흥을 이끈 장수왕이랍니다. 광개토대왕의 아들로, 97세까지 살았다니 지금 나이로 치면 족히 120세는 된답니다. 그러나 장수왕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기록이 없으니까요. 그 다음으로 장수한 왕은 조선의 명군 영조입니다. 83세까지 살았으니, 요새로 치면 100세는 족합니다. 조선 왕 중에서 회갑을 맞은 이가 고작 6명이라니 대단한 장수인 셈이지요.
영조가 어떻게 장수했는지를 살필 근거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게 있더군요. 바로 거친 음식과 미행(微行)입니다. 영조는 평소에도 기름진 음식과 흰 쌀밥 대신 잡곡밥과 거친 소찬을 즐겼습니다. 굶주리는 백성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어 그랬다는 겁니다. 거기에다 철저한 소식주의자였으니 임금답지 않은 ‘겸손한 섭생’이 그를 오래 살도록 이끈 셈이지요. 또 다른 점은 잦은 미행입니다. 미행이란 여항에 나가 직접 백성들의 삶을 살피는 암행시찰 같은 것이지요. 재위 중 그런 미행을 500회나 했다니 그 왕성한 활동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요새처럼 요란하게 행차해 신문에 나고 방송에 날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처럼 빈번하게 미행에 나섰으니 여간한 체력 아니고는 감당 못 할 일이거니와 그런 미행으로 체력을 기른 측면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주지육림 호의호식하고 굼벵이처럼 거동 싫어하는 게 잘 사는 법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장삼이사야 몸 편한 가운데 고기반찬에 이밥 챙겨먹는 게 소원이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금 당신의 일, 당신의 먹을거리가 바로 왕의 그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잠시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jeshim@seoul.co.kr
영조가 어떻게 장수했는지를 살필 근거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게 있더군요. 바로 거친 음식과 미행(微行)입니다. 영조는 평소에도 기름진 음식과 흰 쌀밥 대신 잡곡밥과 거친 소찬을 즐겼습니다. 굶주리는 백성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어 그랬다는 겁니다. 거기에다 철저한 소식주의자였으니 임금답지 않은 ‘겸손한 섭생’이 그를 오래 살도록 이끈 셈이지요. 또 다른 점은 잦은 미행입니다. 미행이란 여항에 나가 직접 백성들의 삶을 살피는 암행시찰 같은 것이지요. 재위 중 그런 미행을 500회나 했다니 그 왕성한 활동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요새처럼 요란하게 행차해 신문에 나고 방송에 날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처럼 빈번하게 미행에 나섰으니 여간한 체력 아니고는 감당 못 할 일이거니와 그런 미행으로 체력을 기른 측면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주지육림 호의호식하고 굼벵이처럼 거동 싫어하는 게 잘 사는 법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장삼이사야 몸 편한 가운데 고기반찬에 이밥 챙겨먹는 게 소원이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금 당신의 일, 당신의 먹을거리가 바로 왕의 그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잠시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jeshim@seoul.co.kr
2011-02-21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