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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비 걸며 증인 협박한 국정원… 1심 때부터 ‘조작’ 시도했나

[단독] 시비 걸며 증인 협박한 국정원… 1심 때부터 ‘조작’ 시도했나

입력 2014-03-13 00:00
업데이트 2014-03-1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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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커지는 ‘국정원 불법’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1심 재판 과정에서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 측이 내세운 증인을 찾아가 협박, 종용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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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들어가는 간첩사건 당사자
검찰청 들어가는 간첩사건 당사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씨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씨는 이날 증거 위조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문서 조작에 이어 유씨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증인까지 협박하는 국정원의 행태에 파문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수사 과정 및 1심과 항소심에서의 국정원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할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중순 국정원 직원 3명은 1심 재판에서 유씨 측 증인으로 채택된 A(여)씨를 찾아갔다. 화교 출신인 A씨는 중국에서 유씨와 친구 사이로 지냈으며 한국에 들어와 평범한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A씨는 당시 1심 재판에서 유씨 측 증인으로 출석해 ‘2012년 설날(1월 23일) 중국에서 유씨의 가족을 만났다’는 내용의 증언을 할 예정이었다. 이는 ‘유씨가 2012년 1월 22일 북한으로 건너가 보위부와 접촉한 뒤 같은 달 24일 중국으로 돌아왔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은 당시 A씨가 일하는 직장까지 찾아가 “이야기를 하자”며 협박투로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의 바로 옆자리에 앉거나 책상 앞에 서 있는 등 주변을 맴돌면서 ‘점심시간이 언제부터냐. 우리와 이야기 좀 하자’고 요구했다. 30여분간 이러한 행동이 지속되자 A씨는 “지난번에 사실대로 다 이야기했다. 더 이상 당신들과 할 이야기가 없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에 이들은 A씨에게 ‘왜 당신이라고 하느냐. 기분이 나쁘다’는 식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A씨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이들은 이내 자리를 떠났다.

검찰 안팎에선 국정원이 당시 A씨를 찾아간 것을 두고 A씨에게 증언 내용에 대해 사전에 캐묻거나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조작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국정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문서 조작뿐 아니라 중국동포 임모(49)씨에게 자술서를 강요하는 등 조작으로 일관한 터라 의심은 증폭되고 있다. 또 A씨가 증인으로 나서 공소사실에 대해 반박하는 증언을 할 경우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는 다른 사실들에 대한 신빙성도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면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나서 회유 및 협박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국정원은 수사 과정에서 유씨의 여동생 가려씨로부터 ‘오빠가 2012년 1월 하순 중국 연길에 온 뒤 보위부 사업을 위해 북한 회령으로 들어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유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유씨가 북한 회령에서 찍었다’며 유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가려씨의 진술은 국정원의 고문과 협박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고 검찰이 제출한 사진은 북한이 아닌 중국 연길에서 찍은 것으로 밝혀진 데다 A씨가 ‘2012년 1월 23일 유씨 가족과 함께 있었다’고 증언하자 유씨에 대한 공소사실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결국 검찰은 재판 도중 ‘유씨가 2012년 1월 24일 새벽에 북한에 들어갔다 같은 날 밤에 중국으로 돌아왔다’며 부랴부랴 공소사실을 변경했지만 1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4-03-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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