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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조건 있는 상여금 통상임금 아니다” 판결

“근무시간 조건 있는 상여금 통상임금 아니다” 판결

입력 2015-01-16 22:47
업데이트 2015-01-16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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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소송 사실상 패소… 일할 지급 옛 현대차서비스만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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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 도중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경훈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 도중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라운드’에서 법원이 사실상 사측 손을 들어줘 재계와 노동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 마용주)는 16일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전체 노조원 5만 1600여명을 대표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받지 못했던 수당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2명의 청구만 일부 인용하고 나머지 21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현대차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11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모두 인용될 경우 추가 부담금이 첫해 5조원 등으로 예상됐으나 극히 일부로 제한된 것이다.

 재판부는 전체 현대차 노조원 중 현대차서비스 출신에게 근무 일수 계산에 따라 지급돼 온 ‘일할’(日割)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나머지 현대차와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출신에게 지급된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했는데 그동안 현대차서비스 출신만 관행적으로 ‘15일 미만 근무자는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는 3사 통합 상여금 시행 세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일정 일수 이상 근무해야만 지급되는 상여금은 고정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서비스 출신 노조원은 전체의 11%인 5700여명이다.

 사실상 사측이 승소한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가리는 데 가장 핵심이 된 것은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통상임금 기준 중 ‘고정성’에 대한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현대차의 상여금 시행 세칙 중 ‘15일 미만 근무자는 상여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에 따라 해당 상여금 지급의 고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통상임금 판단에 앞서 상여금 세칙이 적법하게 마련됐다고 봤다. 이어 통상임금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기준을 인용했다. “단체협약 및 상여금 지급 기준 등을 보면 상여금이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해서 지급됐고 일정한 조건을 갖춘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돼 정기성, 일률성은 갖췄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지급 제외자 규정 때문에 고정성은 없는 것으로 봤다. 임금의 고정성이란 근로자가 어떤 조건을 충족하는지에 관계없이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받는 것을 뜻한다.

 노조 측은 지급 제외자 규정과 관련해 “연차 및 휴가 일수, 징계 규정 등을 고려해도 기준 기간(통상 2개월) 동안 15일도 근무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상여금에 고정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고정성이 아니라 일률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대차서비스 출신 근로자의 경우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3사 통합에 따라 명문화된 세칙과는 달리 원래부터 지급 제외자 규정이 없던 현대차서비스 출신은 예외적으로 근무 일수에 따라 계산한(일할) 상여금을 지급받아 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현대차서비스 출신 근로자의 경우 일할 지급 관행이 확립됐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에 따라 근로관계 당사자들에게 현실적 규범력을 갖는다”며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최소한 일할 계산되는 금액의 지급이 확정적이라는 점에서 고정성이 있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루를 일했든 기준 기간 모두를 일했든 소정의 근로에 대한 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정적인 임금의 일부로 본 것이다.

 노조 측의 3년치 소급분 청구에 대해서는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노조의 요구를 모두 인용하는 판결이 나올 경우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사측 주장에 대해 “현대차 전체 근로자의 8.7%에 불과한 현대차서비스 노조에 대한 상여금 일부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이로 인한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임금이 늘어나며 수당이 재산정되는 사람은 현대차서비스 출신 원고 5명 중 2명뿐이다. 재판부는 정비직 2명의 연장수당 항목의 차액만 사측이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판단했다. 정비직의 나머지 수당과 영업직 3명의 수당들은 일할이 아닌 정액으로 지급됐다거나 입증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차액 발생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현대차 노조 전체 조합원 5만 1600명 중 15명이 옛 현대차 출신 4만 4000명을 대표하고, 3명이 현대정공 출신 1900명을, 5명이 현대차서비스 출신 5700명을 대표해 진행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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