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국회·언론도 쥐고 흔들려 했다

양승태 사법부, 국회·언론도 쥐고 흔들려 했다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입력 2018-07-31 22:48
수정 2018-08-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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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법농단 문건 193개 추가 공개

상고법원 위해 의원들 성향 분석해 회유
조선일보를 기관지처럼 활용할 계획도
엘리트 법관 삐뚤어진 국민 인식 ‘충격적’
임종헌 USB·행정처 등 추가 수사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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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됐으나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던 문건 193건을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정국 전망과 대응 전략’, ‘조선일보 홍보 전략 일정 및 컨텐츠 검토’ 등의 문건.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31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됐으나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던 문건 193건을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정국 전망과 대응 전략’, ‘조선일보 홍보 전략 일정 및 컨텐츠 검토’ 등의 문건.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특정 언론사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고 치밀하게 움직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국민을 “이기적 존재”라고 표현하며 ‘공복’(公僕)으로서 기본을 망각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건 분석을 마친 검찰은 최근 확보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자료 등을 바탕으로 강제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31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특별조사단 문건 410개 중 공개하지 않았던 228개 문건에서 중복 32개, ‘20대 국회의원분석’ 등 비공개 3개를 제외한 193개를 공개했다. 지난 6월 5일 행정처는 410개 문건 중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접 관련된 문건 182개에서 중복 84개를 제외한 98개를 공개했지만, 추가 의혹이 드러나면서 나머지도 공개하게 됐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보면 당시 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법무부, 변호사단체, 언론 등을 상대로 로비를 계획했다. 특히 ‘사법부 독립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회유하려 한 것은 충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응 전략’ 문건에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김진태·김도읍·이한성)과 더불어민주당 의원(전해철·서기호) 등을 상고법원 반대파로 분류하고 접촉 방법, 대응 전략, 지역구 현안 등을 상세 기술했다. 또 정치 현황 분석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이춘석 민주당 의원 등과 접촉한 결과도 문건으로 만들었다.

언론도 ‘떡 주무르듯’ 하려 했다.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문건에는 조선일보 지면에 지상 좌담회와 칼럼 등을 게재해 상고법원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려 한 계획이 담겼다. 또 한겨레 등 일부 언론사는 분리·고립시켜 반대 여론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엘리트 법관들의 국민에 대한 인식이다. 2014년 작성된 ‘법무비서관실과의 회식 관련’ 문건에선 “일반 국민들은 대법관이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받은 만큼, 그 정도 업무는 과한 것이 아니며 특히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표현이 있다.

이번 문건 공개로 검찰의 사법 농단 수사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부가 국회, 언론,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로비를 계획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의 강제 수사를 막을 명분도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8-08-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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