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사청 ‘무혐의’ 군복 업체에 배상 요구 갑질

[단독] 방사청 ‘무혐의’ 군복 업체에 배상 요구 갑질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24-03-06 01:36
수정 2024-03-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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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 기준 미달 이유로 입찰 제한
취소 판결에도 29억원 청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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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 연합뉴스
방위사업청. 연합뉴스
기준 미달의 군 장병용 여름 운동복을 납품했다는 이유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받던 중증장애인생산품 생산시설들이 모두 무혐의를 받은 데 이어 법원도 잇달아 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불량 운동복으로 인한 손해배상 약 29억원을 중증장애인시설들에 청구해 과도한 횡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손해배상금 독촉을 받는 중증장애인시설 관계자들은 5일 “애초에 입찰참가 자격 제한 조치가 부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마당에 수십억원이나 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중증장애인시설은 총근무인원의 50~77%를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한 업체를 말한다.

방사청과 중증장애인시설들이 법정공방을 벌이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육군 장병용 여름운동복이 불량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방사청은 11개 중증장애인시설을 포함해 여름 운동복을 납품하는 13개 업체를 대상으로 성능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를 근거로 13개 업체에 입찰참가자격제한 처분을 내리고 수사도 의뢰했다. 이에 중증장애인시설들은 제재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초기엔 4곳이 원고 패소하며 방사청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 하지만 그 뒤 7곳은 내리 원고 승소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2022년 7월 검찰이 불량품 납품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한데다, 방사청의 평가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영향을 미쳤다.

논란 이전까지 납품업체들은 공인 검사기관한테서 품질보증서를 받은 원단을 사용해 운동복을 제작했다. 하지만 ‘원단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되자 방사청은 평가 대상을 원단에서 완제품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증장애인시설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소울 김지민 변호사는 “애초에 방사청의 전수조사 자체도 부실했다. 육군에 납품했던 제품에 하자가 있었다는 방사청 주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13개 납품업체들이 모두 불량원단을 사용했다면 품질검사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경향성이 있다고 볼 근거 자체를 방사청에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소울 오승민 변호사는 “원단 바꿔치기와 관련한 형사사건 역시 불기소로 사건이 종료됐다”고 덧붙였다.

강동훈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사업단장은 “우리가 납품했던 운동복은 2019년 장병 만족도 조사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적도 있다”면서 “중증장애인시설들은 공공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운영된다. 변호사비용 지불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하자보수금까지 납부하라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방사청의 행태는 지난 2월 8일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형식적인 법집행을 하지 말라’는 대통령 지시와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행정처분 면제 위해선 사법기관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정부 관계자 발언에 대해 “집행정지도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도 제기해야 하는데 중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행정 당국에서 ‘법대로’ 하니까 억울하면 변호사 구해서 집행정지 신청하라는 것은 검경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4-03-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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