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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로 돈 만든다] (2) 이상천 국가과학기술硏 이사장

[과학기술로 돈 만든다] (2) 이상천 국가과학기술硏 이사장

입력 2014-10-01 00:00
업데이트 2014-10-0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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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시대 출연硏 키워드는 융합연구 - 기초·원천기술 개발”

1966년 미국의 원조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서울 홍릉 일대에 둥지를 틀었다. KIST 강당의 이름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온 ‘존슨 홀’이다. KIST는 해외에서 공부하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돌아온 유치 과학자들의 주도로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로 불리며 산업 발전의 원동력 역할을 했다. KIST의 덩치가 커지자 분야별로 정부출연연구소가 갈라져 나오기 시작했고, 대덕연구단지가 등장했다. 선망의 대상이던 출연연은 1990년대 말 벤처 시대를 기점으로 급격히 위상이 낮아졌다. 삼성, 현대차 등 글로벌기업의 등장으로 민간 연구가 활발해졌고 기초분야에서는 대학이 급성장했다. 기초와 응용 모두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갈 길 잃은 출연연’ 논란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 4조원을 먹는 하마’ ‘1만명의 박사급 인력 낭비’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연연을 ‘창조경제’의 중심축으로 새롭게 설정했다.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인 출연연의 기술력을 이용해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이나 ‘와이브로’ 같은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동시에 민간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전해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출연연의 머리 역할을 하는 ‘연구회’ 역시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국과연)로 단일화해 힘을 실어 줬다. 지난 28일 이상천 국과연 이사장을 만나 창조경제 시대의 출연연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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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지난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 시대를 맞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지난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 시대를 맞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연연에 민간과 대학이 끼었다는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출연연, 대학, 기업은 국가 발전을 이끄는 세 개의 축으로 경쟁이 아닌 상생 관계다. 세계 어느 선진국이든 ‘산학연’이 하나로 묶여 있지 않은가. 다만 출연연의 연구·개발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출연연이 처음 태동했던 시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50배, 국가별 순위는 93위에서 33위가 됐다. 세계 93위와 33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에서의 출연연 역할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창조경제 시대에 출연연의 연구 분야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변화를 주도하는 키워드는 ‘융합연구’와 ‘기초·원천 기술 개발’이다. 다양한 분야에 다수의 연구자들이 포진해 있는 출연연은 융합연구를 하기에 최적화돼 있다. 통합 연구회가 출범하면서 25개 정부 출연연 모두 독일의 프라운호퍼처럼 교류와 협력에 적합한 구조로 변화됐다. 무엇보다 장기간 대형 장비를 활용하는 위험 부담이 큰 연구는 민간이나 대학 모두 하기가 쉽지 않지만 미래를 열 수 있는 연구다. 이는 출연연만이 할 수 있다.

→출연연의 성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출연연도 기술을 이전하거나 특허를 활용하고 있나.

-현재 한국 출연연이 보유한 국내외 특허는 올해 6월 기준으로 3만 7058건에 이르고 매년 출원, 등록 건수도 증가세다. 특허 양적 수준으로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는다. 보유 특허를 활용한 기술이전도 꾸준하다. 지난해의 경우 1687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843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거뒀다. 25개 연구소기업도 운영 중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콜마비앤에이치’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화장품 기업인 한국콜마가 합작한 기업으로, 지난해 8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간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치고는 초라한 성과라고 볼 수도 있다. 미활용 특허도 많아 보인다.

-출연연의 역할이 바뀌는 시기이고, 방향은 제대로 잡고 간다고 본다. 지난해 17개 출연연이 530억원을 출자해 ‘한국과학기술지주’를 공동 설립한 것도 출연연의 기술을 창조경제에 맞춰 제대로 활용해 보자는 취지다. 2023년까지 200개의 자회사를 설립하고 2500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미활용 특허가 많다고 하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기업에 이전돼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 특허가 1만 2000건 정도로 전체 특허의 35% 정도 된다. 전체 특허의 절반가량은 특허 활용을 추진하고 있고, 아예 사용되지 않는 미활용 특허는 2009년 23%에서 지난해 16%로 줄었다.

→애초에 미활용 특허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최근까지 출연연의 연구·개발 정책은 기초에 집중돼 있었다. 기업이나 시장 수요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성과 확산을 전담하는 조직도 명확하지 않았다. 특히 기관평가와 개인평가에 특허 건수가 반영되면서 특허 쪼개기 등 실적 채우기를 위한 특허 양산이 이뤄진 것도 문제다. 앞으로 ‘강한 특허’와 ‘전략적 마케팅’을 통해 질적 성과 위주로 개선해 나가겠다.

→기술을 이전하거나 특허를 활용하는 것 모두 전문가가 필요한 일이다. 과학기술자들이 주를 이루는 출연연에는 쉽지 않은 과제다.

-현재 전략, 변리, 법률, 기술가치평가, 기술창업 등의 분야에 233명의 전문 인력을 갖추고 기술사업화에 전체 예산의 2.5%인 1042억원을 배정했다. 사업 기획부터 특허 동향, 기업 수요 조사 등을 포함한 전 주기적 지원을 해 나갈 계획이다.

→창조경제 생태계에서는 출연연의 중소기업 지원을 중시한다. 하지만 출연연의 뛰어난 기술력을 중소기업 지원에 치중하는 데 대한 불만도 나온다.

-출연연 본연의 임무는 대학과 산업계에서 하기 힘든 공공연구와 미래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출연연에 축적된 노하우와 보유 자원을 이용해 중소기업을 돕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국가 경제의 근간이다. 결국 이들이 강소형 기술혁신기업으로 재탄생하도록 돕는 것이 출연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글 사진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이상천 이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석사 ▲미 노스웨스턴대 박사 ▲영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영남대 총장 ▲한국기계연구원장 ▲창원대 초빙교수 ▲한국산업단지공단 창원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초대 원장
2014-10-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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