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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오승환에 의한, 오승환을 위한 2011년

[프로야구] 오승환에 의한, 오승환을 위한 2011년

입력 2011-11-01 00:00
업데이트 2011-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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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47세이브..KS서도 3세이브로 MVP

2011년 한국프로야구,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의 정상 탈환을 이야기할 때 ‘특급 마무리’ 오승환(29)을 빼놓을 수는 없다.

오승환은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16경기에 출장해 4세이브와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에는 정규리그에서 자신이 2006년 세운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47개)을 다시 한 번 썼고, 평균자책점은 0.63으로 ‘언터처블’의 위용을 유감없이 뽐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07년 40세이브를 올린 이래 4년 만에 다시 40세이브 고지를 밟은 오승환은 지난 8월12일에는 KIA 타이거즈를 제물로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200세이브 신기록을 수립하는 등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매번 새로 썼다.

지난 7월5일 문학 SK 와이번스와의 방문경기부터는 역시 아시아 최다인 정규시즌 25경기 연속 세이브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SK와 벌인 대망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이 승리한 4경기에 모두 등판해 3세이브에 방어율 ‘0’을 기록, 신인이던 2005년에 이어 두번째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국내프로야구에서 한국시리즈 MVP를 2회 수상한 선수는 김용수(1990·1994년 LG), 이종범(1994·1997년, 해태), 정민태(1998·2003년, 현대)에 이어 오승환이 4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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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SK 와이번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등판한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SK 와이번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8회초 등판한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완벽한 부활’ 오승환을 위한 한 해= 오승환은 지난해 7월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시즌을 일찍 접었다. 그래서 그가 올해 부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단국대 재학 중이던 2001년 팔꿈치 인대를 수술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칼을 댄 터라 재기 여부를 쉽게 점칠 수 없었다.

올해 삼성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승환의 부활이 우승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오승환의 재기에 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오승환은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훨씬 위력이 배가한 ‘돌직구’를 앞세워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며 막강한 삼성 필승조의 마침표 구실을 해냈다.

오승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5차전까지 4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와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삼성의 뒷문을 철저히 틀어막았다. 5⅔이닝 동안 안타는 단 2개밖에 허용하지 않았고 삼진을 8개나 잡아내 삼성이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세이브(6개) 신기록도 세웠다.

1차전에서 1⅓이닝 동안 삼진 2개를 뽑아내며 2-0 승리를 지킨 오승환은 2차전에서는 2-1로 추격당한 8회 무사 1,2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구원 등판해 리드를 끌고 갔다.

물론 최동수에게 실투로 안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할 뻔하다가 중견수 이영욱의 기막힌 송구로 홈에 쇄도하던 주자를 잡아내는 행운이 따라주긴 했다.

하지만 9회에는 세 타자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름값을 했다.

4차전에서도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8-4로 앞선 9회 출격해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31일 열린 5차전에서는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8회 2사 1,2루 위기에서 등판해 9회까지 네 타자를 가볍게 요리하며 삼성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알고도 못 치는 오승환의 ‘돌직구’= 오승환의 ‘투구 레퍼토리’는 단조롭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인 직구로 상대 타자와 정면 승부한다. “20개를 던진다고 치면 그 중 18개를 직구로 던지기까지 했다”고 스스로 털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그 직구 하나로 리그를 지배하고 ‘끝판대장’이라는 애칭 하나를 더 얻었다.

직구가 들어온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였다.

지난해까지 삼성 지휘봉을 잡으며 오승환을 키워냈던 선동열 KIA 감독조차 “직구만 놓고 보면 나보다 한 수 위다”고 칭찬할 정도로 오승환의 ‘돌직구’는 위력적이었다.

’오승환표 돌직구’의 비결은 공을 쥐는 방식, 즉 그립에서 찾을 수 있다.

MBC스포츠플러스의 이효봉 해설위원은 “투구는 손가락이 공을 얼마나 지배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보통 투수들은 검지와 중지를 공의 실밥에 댄 채 공을 놓는 순간 낚아챈다. 히지만 오승환은 검지와 중지로 공을 찍어 눌러 잡고 던진다. 악력이 워낙 강한데다 릴리스포인트를 좀 더 앞으로 끌고 가 그 힘을 고스란히 공에 실어주기 때문에 위력적이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의 직구는 초속과 종속에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오승환처럼 공을 던지면 마찰이 커져 회전이 극대화되고 중력의 저항을 덜 받아 볼 끝이 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승환은 “직구 회전수가 최대 초당 67회 정도까지 나오는 데 회전수를 더 늘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의 회전수도 보통 투수들의 직구보다 10회 이상이나 많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똑같은 구속 150㎞의 직구라 하더라도 가볍다는 느낌이 드는 공이 있다. 이런 공은 일단 맞히기만 하면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있다”면서 “하지만 오승환의 직구는 타자들에게 ‘내가 힘이 모자란다’는 느낌이 들게 할 만큼 무게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힘으로 누르는 스타일이라 타자로서는 초구를 칠 때 늦었다는 생각이 들고나면 다음 공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라서 타자로서는 한 경기에서 잘해야 한 타석 정도만 상대할 수 있는 데다 그의 독특한 투구폼이 타격 타이밍을 잡기 어렵게 한다는 것도 오승환에게는 장점이다.

오승환은 키킹 동작에서 왼발을 땅에 한번 스치듯 하면서 내디딛는다.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투구폼이긴 하지만 이 한 템포 쉬는 동작 때문에 타자들은 호흡을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3까지는 컨트롤이 좋지 않아 포수와 내야수를 봤다”는 오승환은 “내 폼은 아직 미완성이다. 이 폼이 나한테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돌직구 지켜보라”= 오승환은 “지난 2년간 부상으로 힘든 시절을 보낼 때 선동열 전 감독을 포함해 팀에서 느긋하게 기다려 줘 재활에 전념할 수 있었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불안요인이 많았지만 (4월2일) KIA와의 첫 경기에서 세이브를 올리며 잘 풀어가 특별한 고비 없이 시즌을 잘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올해를 되돌아봤다.

오승환은 올해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직도 배가 고픈 듯하다.

특히 더 완벽한 직구를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지금 초당 67회까지 나오는 직구의 회전수를 더 늘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특히 타자 몸쪽 직구를 좀 더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오승환이 마무리하러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갖는 생각은 다른 투수들과 다를 게 없다.

그는 “오직 동료 야수들 앞에서 힘으로 상대 타선을 제압하며 위압감을 주는 것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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