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10m 허들, 승자 없었던 ‘세기의 승부’

남자 110m 허들, 승자 없었던 ‘세기의 승부’

입력 2011-08-30 00:00
업데이트 201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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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에 걸리고 부딪히고…허탈한 ‘어부지리’ 대결로 끝나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 종목으로 지목됐던 남자 110m 허들은 진정한 ‘승자’를 탄생시키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최고 기록의 차이가 종이 한 장에 불과할 만큼 막상막하의 기량을 자랑하던 세계적인 스타들이 허들에 걸리고 팔이 부딪히는 사고가 잇따른 탓에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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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의 스프린터 다이론 로블레스가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에서 1위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로블레스는  결승에서 13초14를 찍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연합뉴스
쿠바의 스프린터 다이론 로블레스가 2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에서 1위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로블레스는 결승에서 13초14를 찍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연합뉴스




29일 열린 남자 110m 허들 결승은 대회 시작 전부터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와 ‘황색탄환’ 류샹(28·중국), 데이비드 올리버(29·미국)의 ‘3파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로블레스(12초87)와 류샹(12초88), 올리버(12초89)의 개인 최고 기록이 0.01초 차이로 다닥다닥 붙어 있던 터라 이번에야말로 ‘최고’가 누구인지 가리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기대가 큰 만큼 긴장도 팽팽했다.

나란히 4~6번 레인을 배정받은 세 선수는 트랙에 들어온 뒤 가벼운 미소조차도 좀처럼 보이지 않은 채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떠나갈 듯한 함성이 잦아들고 고요해진 대구스타디움에서 출발 총성이 울려 퍼지자 세 선수는 나란히 빠른 속도로 스타트블록을 박차고 나섰다.

출발 반응 시간은 로블레스가 0.150초로 가장 빨랐고 류샹이 0.164초, 올리버가 0.171초로 뒤를 이었다.

뒤로 처질 듯한 기색이 보이자 다급해진 올리버가 먼저 실수를 저질렀다.

두 번째 허들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걸린 것이다.

한창 가속도를 붙여야 할 순간에 균형을 잃은 올리버는 한참 뒤로 밀려나면서 사실상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반면 약간 늦게 출발한 류샹은 특유의 유연한 허들링으로 로블레스의 폭발적인 스피드에 잘 따라붙었다.

아홉 번째 허들을 넘을 때까지는 막상막하처럼 보였다.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 아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이 계속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로블레스의 작은 실수가 엄청난 결과를 낳은 사건을 일으켰다.

아홉 번째 허들을 넘다가 살짝 걸린 로블레스는 균형을 잡으려던 오른손으로 류샹의 왼손을 건드리고 말았다.

그 탓에 밸런스가 흔들린 류샹은 열 번째 허들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걸렸다.

그 와중에 다시 로블레스의 손이 닿은 류샹은 완전히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결승선을 통과해야 했다.

결국 류샹은 급격하게 속도가 줄어들면서 3위까지 추락했다.

가장 나쁜 결과를 낸 것은 첫 번째로 들어온 로블레스였다.

경기를 마친 뒤 중국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문제를 제기했고, 로블레스는 결국 실격 처분을 받았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까지 거머쥐어 세계기록 보유자의 실력을 증명하려 했던 로블레스는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쿠바에서도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으나 로블레스가 금메달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세 선수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나란히 뒤로 처지면서 가장 치열한 명승부를 예고했던 남자 110m 허들 정상의 주인공은 ‘어부지리’로 제이슨 리처드슨(미국)에게 돌아갔다.

가슴을 졸이며 13초의 승부를 지켜본 전 세계 팬들에게는 허탈한 결과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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