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높은 벽 실감한 한국

세계의 높은 벽 실감한 한국

입력 2011-09-04 00:00
업데이트 2011-09-0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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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3번째 ‘노메달 개최국’..’10-10’ 목표 달성 실패올 10월까지 장기적인 발전 청사진 마련

한국 육상은 홈에서 벌어진 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높은 세계의 벽만 실감한 채 물러나야 했다.

한국은 4일 오전까지 단 한 명의 메달리스트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시상대 앞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가 올라간 것은 이벤트 경기로 열린 휠체어 육상이 유일했다.

1995년 예테보리 대회를 개최한 스웨덴과 2001년 에드먼턴 대회의 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노메달 개최국’이 된 것이다.

메달에 대한 희망이야 애초에 ‘기후 등 조건이 맞아떨어진다면 기대할 만하다’는 희망사항에 가까웠던 만큼 차치하더라도 처음 목표의 절반조차 이루지 못했다는 것은 특히 아프다.

한국은 이번 대회 10개 종목에서 톱10 선수를 배출하겠다는 ‘10-10’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결승에 진출하거나 톱10에 진입한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남자 경보 20㎞의 김현섭(26·삼성전자)이 6위에 올랐고, 남자 경보 50㎞의 박칠성(29·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7위를 차지했다.

남자 멀리뛰기에서는 김덕현(26·광주광역시청)이 시즌 최고 기록과 함께 예선을 통과했으나 이튿날 세단뛰기 예선에서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결승 무대를 밟지도 못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실력의 한계와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한 채 줄줄이 무너지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구스타디움 관중석을 메우고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던 국내 팬들의 함성은 해외 스타들에 집중됐고, 한국은 우려했던 대로 남의 잔치에 선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회에서 대구가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2009년 오동진 회장이 새로 취임한 이후로는 외국인 코치를 데려오고 해외 전지훈련을 보내는 한편 조직 내부 개혁에도 나서 한국 육상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31년 만에 남자 100m 한국기록을 깨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따내는 등 노력의 결실을 본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포커스를 맞춰 준비해 온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남자 10종 경기의 김건우(31·문경시청)와 남자 1,600m 계주팀이 한국 신기록을 쓰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객관적인 지표에서 마라톤 단체전 은메달까지 따냈던 2007년보다 오히려 퇴보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던 스타들이 대부분 부상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선수 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마라톤의 간판 지영준(30·코오롱)과 여자 허들의 이연경(30·문경시청) 등이 대회 출전권조차 얻지 못했고, 정순옥(28·안동시청)은 발목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전을 강행했지만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일부 선수들은 대회를 코앞에 두고 전략 종목에 집중하도록 요구하는 지도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는 등 불협화음의 조짐도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선수권대회라는 큰 무대에 처음 출전한 대표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 스타들과 기량을 겨루며 자신감을 얻은 것은 큰 수확으로 꼽힌다.

김현섭과 최윤희(여자 장대높이뛰기), 박봉고(남자 400m) 등 종목별 간판선수들은 세계대회에서 얻은 패기를 앞세워 내년 런던올림픽 무대를 꼭 밟겠다는 각오로 다시 스파이크 끈을 조여매기 시작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번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2009년부터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2년의 세월로는 세계의 벽을 넘기가 어려움을 새삼 절감했다”면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조언을 받고 정부와 협의해 10월까지 장기적인 발전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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