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악어새의 공생

악어·악어새의 공생

입력 2010-07-17 00:00
업데이트 2010-07-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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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해저드’ 펀드매니저 뒤의 애널리스트

최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의 대상인 펀드매니저들의 뒤에는 기업들의 실적과 전망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모두 다 그렇다고 매도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펀드매니저들의 부적절한 투자행위는 애널리스트들과 손발이 맞지 않고서는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가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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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례를 보자. 애널리스트 A씨는 몇 개월 전 한 펀드매니저의 부탁을 거절했다 상부에서 호되게 혼이 났다. 펀드매니저가 보유한 주식종목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리포트에 쓰도록 부탁받았지만 사실관계에 따라 부정적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A씨는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업계에서 왕따가 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면서 “객관적인 의견을 내도 펀드매니저의 수익률 성과와 회사 이익이 결부되면 리포트가 수정되곤 한다.”고 말했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는 돈줄과 정보의 위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유착할 경우 모럴해저드일 뿐 아니라 소위 ‘힘 있는 펀드’에만 수익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또 주식 시장을 교란시켜 선량한 개인 주식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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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유착방식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기업탐방 결과나 기업내부 정보를 펀드매니저에게 먼저 흘려주는 것이다. 펀드매니저는 이 정보를 이용해 오를 종목을 일반투자자보다 먼저 사고, 내릴 종목은 먼저 팔 수 있다. 프런트 어닝(front earning)으로 위법이다.

또 일부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낼 때 펀드매니저가 보유 중인 주식 종목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기 위해 사실과 다르게 기술한다. 일반투자자들이 그 의견을 보고 투자할 경우 펀드매니저는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 그 대가로 펀드매니저는 해당 애널리스트가 소속된 증권사를 통해 주식매매 주문을 내 준다. 이 경우 증권사가 받는 법인영업수수료가 애널리스트의 연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결국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이익뿐 아니라 자신의 연봉을 위해서 펀드매니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평균 연봉은 2억원 안팎, 잘나가는 사람은 5억~7억원가량 된다.

애널리스트 B씨는 “펀드매니저가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급을 자체적으로 매겨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맘에 드는 애널리스트의 소속 증권사를 통해 사기 때문에 ‘영업’은 필수”라면서 “애널리스트가 매일 아침 ‘큰손’에게 하는 모닝 브리핑 내용 외에 리포트 작성을 위해 기업탐방 때 펀드매니저와 동행하는 횟수, 펀드매니저들을 위해 세미나와 프레젠테이션을 여는 횟수 등이 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공생 관계가 금융당국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사이에 방화벽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유착을 막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이들의 은밀한 거래를 캐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학연과 지연으로 만들어진 사적 모임에서 얘기가 오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적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10년 전부터 늘 얘기는 있었지만 실제 유착 징후가 포착돼도 확인할 문건이나 컴퓨터 기록 등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경주·정서린기자 kdlrudwn@seoul.co.kr
2010-07-1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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