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 원자재값… 트레이더들 ‘피말리는 24시’ 르포

치솟는 국제 원자재값… 트레이더들 ‘피말리는 24시’ 르포

입력 2011-02-18 00:00
업데이트 2011-02-1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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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번에 수십만弗 손익…칼날 위 서있는 듯”

“이집트 사태가 중동으로 퍼질 것 같은데…. 이란혁명 32주년 즈음이니까 미리 원유를 확보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싱가포르 시장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미리 매수 주문을 내놓겠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5가 현대오일뱅크 사옥 원유트레이딩실. 중동 상황을 알리는 외신 뉴스와 원유 트레이더들의 목소리들이 한데 뒤섞여 허공을 가른다.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뜨는 시황 정보들을 확인하는 트레이더들의 손길도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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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정적 뒤, 화면에 ‘이란산 3개월분 선물 2만 배럴 매수 완료’라는 메시지가 떴다. “휴, 오늘도 겨우 지나갔네….” 한 트레이더의 독백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트레이더들은 최근 원자재값 폭등의 중심에 서 있다. 두바이유 등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원유가 하루가 다르게 출렁이는 탓이다.

●하루가 다르게 출렁 “어제 좀 더 살 걸”

장지학 트레이더 부문장은 현대오일뱅크의 원유와 석유제품 거래를 총지휘하는 책임 트레이더다. 1995년 입사 뒤 17년째 매일 오전 6시 회사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런던과 뉴욕선물시장 시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장 부문장이 오전과 오후 회사 중역, 트레이더들과 함께 전략회의 등을 가진 뒤 세계 트레이더들과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는 때는 오후 4시 이후. 현대오일뱅크가 하루 평균 사들이는 원유 36만 배럴 중 30% 정도인 10만 배럴을 매일 구매한다.

장 부문장은 “정유사 매출의 92%가 원유 가격이기 때문에 요즘같이 유가가 요동칠 때는 최고경영진도 하루에 여러번 트레이드 상황을 체크한다.”면서 “클릭 한번에 수십만 달러의 손익이 왔다 갔다 하는 만큼, 매일 칼날 위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들여온 원유는 8억 7200만 배럴로 하루평균 240만 배럴. 트레이더의 순간의 실수로 배럴당 1달러만 비싸게 사도 하루에 275억원이 날아간다.

●매일 ‘4시간 취침’ 강행군

4시간 자고 눈을 떴다. CJ제일제당 당업·제분팀의 정태원 부장은 이날 새벽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국제 곡물가를 확인했다. 오전 7시 30분에 사무실에 도착한 정 부장은 이메일을 열고 밤새 들어온 보고서를 챙겼다. 오전 내내 전략을 짜고 보고서 등을 챙긴 뒤 오후 5시 시황회의를 열어 전자상거래를 위한 가격을 결정한다. 이틀 전에는 원당 1000t을 파운드당 31센트에 구매했다. 이후 가격은 32.5센트에서 31.5센트로 움직였다. 선방한 셈이다. 그러나 하루 뒤인 16일에는 가격이 35%나 뛰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좀 더 살 걸….” 다시금 후회가 밀려온다.

자정 이후에는 가장 큰 시장인 뉴욕과 시카고 선물시장이 차례로 열린다. 곡물 파동이 일어났던 2008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니 매일같이 시장 상황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어제도 새벽 2시에 퇴근했다. 정 부장은 “‘좀 있다 보자’가 요즘 귀가 인사”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순녀·박상숙·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11-02-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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