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거는 玄, 피하는 鄭…현대상선 분쟁 어디로

싸움거는 玄, 피하는 鄭…현대상선 분쟁 어디로

입력 2011-03-25 00:00
업데이트 2011-03-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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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주 발행 싸움 일단 현대重 승리현대그룹 ‘경영권 위협’ 주장 계속돼 당분간 분쟁 이어질 듯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범(汎) 현대가의 힘겨루기는 범 현대가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우선주 발행 반대가 ‘현대그룹 경영권 침탈 의도’라는 현대그룹의 주장과 ‘경영권과 전혀 무관한 재무적 차원의 판단일 뿐’이라는 범 현대가의 현대중공업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려 당분간 시비가 분분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양상은 혹시라도 경영권에 위협이 초래될까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 독기를 뿜어대는 현대그룹에 대해 현대중공업이 싸움을 피해나가는 모양새여서 본격적인 ‘전투’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상황전개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골육상쟁’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대중공업과 KCC,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등으로 구성된 범 현대가 연합군은 25일 열린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고자 하는 정관변경안에 반대표를 행사, 안건을 부결시켰다.

현대상선 지분 23.8%를 보유한 현대중공업그룹과 KCC, 현대백화점 등이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위한 정관변경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결과 찬성 64.95%, 기권ㆍ무효ㆍ반대 35.05%로 찬성 주식수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변경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정관 변경건은 특별결의 사항이라 출석한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전체 주식의 의결권 중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될 수 있지만 찬성표가 통과 요건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주식 가치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는 순수한 재무적 관점에서 판단했으며 (그 이상의) 확대 해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KCC와 현대백화점 등도 “순수한 재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입장이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각도 있다.

현대그룹은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이 과거에도 ‘정씨 일가’의 범 현대가 기업들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2003년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회장이 경영하는 KCC와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다가 표 대결 끝에 겨우 방어에 성공했으며 2006년에는 정 명예회장의 막내아들인 정몽준 고문의 현대중공업과도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등이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고 있지만 정 명예회장에게서 파생된 범 현대가 기업들이 ‘정씨의 적통성’을 지키기 위해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것 아니냐는 게 현대그룹 측의 시각이다.

현대그룹은 이날 주총 뒤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상선이 상정한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이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 현대가의 반대로 부결된 것은 현대중공업의 경영권 장악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아무런 화해에 대한 제안을 받지 못한 와중에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 현대가가 현대상선의 정상적 경영활동에 제동을 거는 것은 범 현대가의 현대그룹 장악의도가 드러난 것”이라며 “지금은 범 현대가와 진정한 화해가 필요한 시점이며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을 조속히 현대그룹에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업간 시너지 효과나 현대그룹의 미래와 적통성 문제 등으로 인해 현대상선 경영권을 쉽사리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 가치 하락을 우려해 반대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업간 시너지 효과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에 매력적인 기업”이라며 “유독 적통성을 중시하는 현대가의 분위기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권 문제를 둘러싼 현대그룹의 공세에 대해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범 현대가는 “분쟁거리를 만들기 싫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대차그룹도, 현대중공업도 현대그룹이 요구하는대로 현대그룹 경영권에 욕심이 없음을 입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지분 7.8%를 갖고 있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의 손에 넘어가자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빼앗을 의도가 없다면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을 우리에게 넘겨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유치한 짓은 안한다”면서도 현대건설의 현대상선 지분을 현대그룹에 넘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양쪽의 입장이나 이해타산이 다른 만큼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와 현대상선 주총 등을 계기로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단 주총이 끝난 뒤에는 이렇다할 이벤트가 없는 만큼 당장 드러내놓고 분쟁이 표면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현대그룹이 지속적으로 경영권 사수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상당 기간 양측 간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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