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경연장으로 변질한 대학생 주식투자대회

도박경연장으로 변질한 대학생 주식투자대회

입력 2011-09-04 00:00
업데이트 2011-09-04 10: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위험한 잡주’ 몰방…우승자 수익률 172%

일부 증권사가 개최하는 모의 주식투자대회가 건전한 투자문화 조성이라는 명분과 달리 투기장으로 변질한 듯한 양상을 띠고 있다.

심지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투자대회도 위험한 소형 종목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등 도박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키움증권이 지난 6월 말부터 한 달간 주최한 ‘제9회 대학생 주식모의투자대회’가 이런 문제점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4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대회에 전국 대학생 약 8천명이 참가해 사이버머니를 1천만원씩 지급받아 주식투자 수익률 경쟁을 벌였다.

최고 수익률을 낸 참가자에게는 장학금 300만원과 함께 아시아 금융시장 탐방, 키움증권 인턴십 기회를 제공했다.

키움증권은 바람직한 투자 원칙의 학습장으로 이 대회를 기획했다고 설명했지만, 실상을 보면 완전히 딴판이다. 투기기술 경연장을 연상케 하는 정황들이 나타났다. 상당수 참가자가 우량종목의 재무제표와 미래 가치 등은 뒷전이고 단기 고수익률에 집착해 투자했다.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10개 종목 중 9개는 모두 시가총액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3천억원도 안 되는 소형주들이었다. 10개 종목 중 7개가 코스닥시장에 등록돼 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매매 순위에서 84위였고, 현대차도 184위에 그쳤다.

대형 우량주보다는 주가 등락 폭이 큰 소형주에 거래가 집중됐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의 종목 분석 사각지대에 놓인 소형주를 사고파는 위험한 투자 위주로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수상자들이 거둔 수익률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1위를 차지한 참가자의 수익률이 172.39%에 달했다. 도박판에서나 가능한 성과였다. 참가자들은 객관적인 데이터나 논리적 근거 없이 직관이나 개인 정보에 의존해 리스크가 높은 종목에 뛰어들어 ‘로또 당첨’ 효과를 거둔 것이다. 대회 기간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7.21%였다.

이런 현상은 주최 측이 수익률만으로 우열을 가린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 고수익이 유일한 잣대가 되다 보니 상을 타려고 소위 ‘잡주’ 위주의 위험한 거래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행사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로 자산을 운용하는 건전한 투자 기법을 배운다는 것은 연목구어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생은 고수익률을 기록한 모의투자 결과에 도취해 돈을 빌려 실전투자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모의투자대회가 투기장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신증권이 최근 개최한 모의투자대회 ‘크리에이티브 트레이더(Creative Trader)’는 다른 대회에서 보기 어려운 수칙을 도입했다.

투자 대상을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이고 3개월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50억원을 넘는 종목으로 제한했다. 소형주 위주의 위험 투자를 제한하려는 안전장치다.

한 종목 투자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내놨다. 몰방 투자를 막기 위해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모의투자대회가 건전한 시장질서 확산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반성에서 최소한의 수칙을 마련했다. 바람직한 투자자가 상을 받을 수 있는 대회라야 주식거래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