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들은 왜 옆집딸보다 공부를 못할까

우리아들은 왜 옆집딸보다 공부를 못할까

입력 2011-09-05 00:00
업데이트 2011-09-05 07:3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노는지 모르겠어요.”

서울의 남녀공학 D중학교 3학년 한정원(15)양은 “요즘 남학생들은 어떠냐”라는 질문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한 양은 “상위권의 극소수 남학생은 무섭게 공부를 하지만 대부분은 PC방에 몰려가서 게임이나 하고 앞날에 대한 아무 생각 없이 지내고 있다”며 “여학생은 남학생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양은 “여자 친구들끼리 모이면 장래 계획이나 성공에 대해 수다를 떠는데 남자애들은 공부 얘기하는 것을 거의 못봤다”고 했다. “한마디로 철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지역 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권혜연(43)씨는 “지금은 남자 중학교에 다니는 데 내년에 남녀 공학 고등학교에 배정될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했다.

권 씨는 “일반고에 진학할 예정인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의 가장 큰 걱정은 남녀공학 고교에 혹시 다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며 “여학생과 내신 경쟁에서 남학생은 경쟁 자체가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학생이 부진한 것은 공부를 잘하는 여학생이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과거보다 남학생들이 전반적으로 학업을 소홀히 한다는 게 권 씨의 생각이다.

주부 심윤영(44)씨는 얼마 전 고교 1학년인 아들 방에 있는 컴퓨터를 보다가 포르노 동영상이 저장된 것을 발견하고 고민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 시간을 두고 아들과 다툼이 잦아지던 터에 사춘기를 겪는 아들이 음란물까지 접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를 무작정 나무라면 혹시 아들이 빗나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심 씨는 “우리 아들만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점점 공부를 멀리하고 게임만 하고 인터넷으로 음란물까지 보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심 씨는 또 “형식적이나마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성인 사이트는 그렇다 치고 TV나 포털사이트에 버젓이 나오는 걸 그룹, 여자 연예인은 왜 이렇게 너도나도 벗고 나오는 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성에 민감한 시기의 남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고 했다.

7월 말 서울 강남의 한 남자 중학교에선 학부모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사건이 일어났다.

이 학교 학생회 간부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지방의 콘도에 간부수련회를 갔는데 반장과 부반장 등 중학교 2학년 남학생 3명이 방문을 걸어잠근 채 ‘동성애 음란물’ 장면을 연출하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던 것.

이 장면이 학생들 사이에서 일부 유출된 것을 학부모들이 발견했지만 외부로 나쁜 소문이 날까 봐 문제는 삼지 않았다.

방학이 바로 이어져 학교에서도 이 일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처음엔 화면에 나온 아이들이 우등생이어서 ‘애들끼리 장난이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며 “남학생들의 성 관념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막 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고3 딸과 고1 아들을 둔 정선경(49)씨는 “아들과 딸이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고 털어놨다.

정 씨는 “딸은 공부나 학교생활에서 자기가 알아서 진로를 결정하고 야무지게 공부해서 별다르게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아들은 딴 판”이라며 “아무 대책 없이 친구들과 노는 데만 열중해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아들은 마냥 철모르는 어린애 같다”며 “아들 친구의 엄마를 만나보면 ‘아들 가진 죄’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도 대부분 남학생이다.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행사가 있는 해에 아들이 수험생이면 입시에 불리하다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형편이다.

학업성적 외에도 남학생의 ‘위축’ 현상은 뚜렷하다.

서울 C고교는 전교생 1천400여명 가운데 여학생이 500명 정도로 남학생의 절반밖에 안 되지만 전교회장은 2학년 여학생이 당선됐다.

이 학교에 다니는 2학년 서미진(17) 양은 “보통 전교회장은 남녀가 러닝메이트로 나오는데 여학생이 주도적이고 남학생은 나 몰라라 한다”며 “4∼5명씩 조를 짜서 보고서를 쓰는 수행평가에서도 남학생은 뒤로 빠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서 양은 남학생들을 “무임승차 승객 같다”고 꼬집었다.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임원은 “남자 지원자에게 토론해보라고 하면 거의 단답형인데다 사용하는 어휘도 매우 초보적인데 여성은 자신의 생각을 똑똑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남학생들이 갑자기 바보가 된 것이냐”고 되물었다.

남학생의 열세는 중·고교 교과 성적과 대입, 취업 시장에서 수치로 증명된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로는 이른바 ‘상위권 대학’이 밀집한 서울 소재 대학의 신입생 중 남학생의 비율은 1990학년도 59.9%에서 계속 감소하다가 2000학년도에 절반 이하(49.5%)가 됐다.

이후에도 남학생의 비율은 하강 곡선을 그리며 2010학년도엔 46.0%로 여학생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10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중 여학생(30만3천명)이 남학생(33만6천명)보다 3만3천명 가량 적었음을 고려하면 여학생이 숫자는 적었지만 남학생보다 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셈이다.

전국 4년제 대학의 연도별 신입생을 보면 1990학년도 남학생이 61.2%였으나 2000학년도 54.7%, 2010학년도엔 52.2%로 줄었다.

최상위권인 서울대 입학생 중 남학생 비율은 1985학년도 79.1%, 1991년 78.6%, 1995년 77.3%로 90년대 중·후반까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 63.8%로 감소했고 2004년 처음으로 50%(59.9%)대에 접어든 뒤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은 신입생 360명 중 여학생이 11명(3.1%) 입학, 처음으로 여학생이 두자릿수여서 화제가 됐는데 2008학번은 전체 205명 중 84명(40.8%)이 여학생이다.

특목고에서도 남학생은 고개를 숙이는 형편이다.

외국어고 재학생 중 남학생 비율은 1992년 47.8%에서 2000년 40.1%, 2005년 39.3%, 2010년 36.5%로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학생이 강세인 과학고의 경우 1990년 재학생 중 남학생 비율이 83.9%였다가 1995년 79.5%, 2000년 63.9%까지 줄었다.

이후 여학생 비율이 감소하면서 2010년 81.6%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5년 이후 상위권 여학생이 선호하는 외국어고가 많이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학교에서 하위권은 남학생층이 단연 두텁다.

2009년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과목별로 기초학력에 미달한 비율은 ▲국어 남 3.6%, 여 0.8% ▲사회 남 10.9%, 여 6.7% ▲수학 남 6.9%, 여 5.1% ▲과학 남 10.8%, 여 6.4% ▲영어 남 5.4%, 여 1.8%다.

이들 5개 과목의 평균점(척도점수 기준)은 수학만 남학생이 0.06점 높았을 뿐 나머지 과목은 여학생이 모두 앞섰다.

과목별 표준편차는 남학생이 모두 컸는데 이를 기초학력 미달 비율과 종합한다면 남학생 중 ‘성적과 담을 쌓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같은 해 중학교 3학년의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남 7.0%, 여 2.2% ▲사회 남 10.0%, 여 5.4% ▲수학 남 12.0%, 여 9.1% ▲과학 남 10.0%, 여 5.1% ▲영어 남 7.0%, 여 2.9% 등이다.

서울 광양고교 임국택 교장은 “일반적으로 최상위권은 남학생이 많지만 중·상위권은 여학생이 대다수이고 하위권은 남학생 차지라고 보면 된다”며 “남학생이 성적의 편차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남녀 학생의 성적 차이는 국가고시와 취업까지 이어진다.

사법시험의 경우 1994년 남성 합격자가 89.3%였지만 2006년 62.3%, 2010년은 58.5%로 여성에게 점점 자리를 내주는 추세다.

2010년 사법시험 합격자 중 20∼25세만 살펴보면 남성이 110명, 여성이 103명으로 거의 대등한 수준이다.

외무고시도 1998년 남성 합격자 비율이 83.3%였던 것이 2010년엔 40.5%로 12년 만에 ‘반토막’ 났다.

일반 기업도 남성의 입지가 좁아지기는 마찬가지다.

’괜찮은’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전력공사는 2000년 대졸 신입 정규직 중 남성이 84%였으나 2006년 78%, 2009년 68%로 줄다가 지난해는 42%로 처음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이공계 연구직을 주로 뽑는 탓에 여성 신입사원의 비중이 아직 크진 않지만 남성 비율은 2000년 87%에서 지난해 78%까지 줄어들었다.

SK텔레콤은 2000년대 초반 남성이 90% 안팎이었지만 2005년 78%, 2006년 67%로 70% 선이 무너진 뒤 지금까지 7:3 수준의 남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점수로만 경쟁하는 공무원 시험과 달리 사기업 취업은 아직 여성이 불리한 게 현실”이라며 “여성이 이런 악조건을 극복하려다 보니 남성보다 학점, 외국어 능력 등이 더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학생들의 경쟁력이 여학생에 비해 급격히 떨어졌다는 데엔 교육 현장에서는 물론 전문가나 학부모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은 제각각이다.

남녀 차이에 따른 생물학적 요소, 사회·교육 환경과 성별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뜻이다.

그만큼 ‘아들 가진 부모’가 걱정을 덜 수 있는 해법도 복잡다단할 수밖에 없다.

◇ ‘유혹’에 쉽게 빠지는 남학생

연합뉴스가 8월 말 서울시내 중·고교에 다니는 남학생 7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학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게임(58명. 이하 복수응답)이었다.

설문에 응한 정성현(중3)군은 “’문명’ 같은 게임은 한 번 빠지게 되면 4∼5개월 동안 하루에 몇 시간씩 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온라인 게임도 레벨을 높이려면 꾸준히 게임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남학생의 경우 77명 중 11명으로 14.3%였으나, 같은 학년의 여학생은 112명 중 45명으로 40.2%에 달했다.

아이온, 서든어택, 피파온라인2 등 인기 온라인 게임의 회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은 70%가 넘는다.

신정민(고2)양은 “여학생도 게임을 하지 않는 건 아닌데 현실을 깨닫고 곧 빠져나온다”며 “남학생들은 게임뿐 아니라 어느 한 분야에 ‘꽂히면’ 한동안 중독돼 공부를 안 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김성호(48)씨는 “중독 현상을 다르게 보면 몰입도나 집중력이 좋다고 할 수 있는데 최상위권에 남학생이 많은 것은 집중력이 좋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요즘 성(性) 콘텐츠, 게임과 같이 남학생이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 예전보다 만연해졌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른들 돈벌이’의 1차 희생자가 사춘기 남학생이라는 해석이다.

게임이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성적과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은 구체적인 자료로 드러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료에 따르면 게임을 하지 않는 학생과 하루 3시간 이상 하는 학생의 2010년 중3 성취도 평가 척도점수의 평균은 과목별로 6.45∼8.72점씩 벌어졌다.

서울대 교육학과 문용린 교수는 “한국 사회에선 전통적으로 딸은 어릴 때부터 언행에 스스로 엄격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가정교육을 받아왔지만 아들에겐 상대적으로 사생활에 관대했다”며 “게임, 술, 담배 등에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쉽게 빠지는 것은 이런 성장 과정의 차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여학생 전성시대

남학생의 부진은 여학생이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할 시대적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남성에 유리했던 우리 사회의 관습이 최근 급격히 붕괴했다는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남녀를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우리 학교의 시험과 같이 정해진 정답을 찾고 실수를 적게 하는 게 목적인 과제는 여성이 남성보다 성과가 훨씬 낫고 불확실하고 모험적인 상황은 남성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예전에는 신분제나 제도화한 권위가 남성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면 지금처럼 동등한 경쟁조건하에서 시험제도는 여성이 앞서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이 성적으로만 일률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능적으로 여학생보다 더 엉뚱하고 모험적인 일을 하려는 남학생의 다양성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성적만을 절대적인 잣대로 들이대면서 마찰이 생겼다고 황 교수는 말했다.

문제아 취급된 남학생이 지레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여학생의 선전은 수행평가에서 압도적이다.

수행평가는 시험 외에 평소 수업태도, 과제물 제출, 발표 능력 등에 점수를 매기는 것으로 성실성과 꼼꼼함의 척도가 된다.

이번 중·고교생 설문조사에서 여학생 76.8%, 남학생의 61.0%가 ‘수행평가에서 남학생이 여학생에 뒤진다’고 답했다.

중학교 교사인 최명선씨는 “여학생은 과제물을 빠뜨리면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내려고 하는 반면 남학생은 ‘점수 좀 깎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학생 특유의 꼼꼼함과 준비성이 수행평가엔 상당히 강점이 된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문용린 교수는 “여학생은 어릴 때부터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아 사회의 유혹에 저항성이 강하다”며 “예전인 이런 자기관리 능력이 현모양처가 되는 데만 필요했다면 지금은 집 밖으로 확장해 학교에서 이런 특성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면서 남학생을 앞서게 됐다”고 말했다.

입시전문 회사 메가스터디 손은진 전무는 “성장과정상 남자가 사춘기에 대한 혼돈과 방황의 정도가 더 센 데 예전엔 대가족 중심의 가부장적 관습이 엄해 이런 혼돈을 압박했던 것”이라며 “딸이라도 우수하면 투자 우선순위가 되는 시대가 되면서 남학생이 뒤처지게 됐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에서 여성이 유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예전엔 서류와 간단한 면접으로만 선발했는데 요즘 소통능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입사 시험이 바뀌었다”며 “여성은 상대의 감정을 읽고 이에 공감하면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전체적으로 남성보다 좋다”고 말했다.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변화에다 이런 의사소통 능력의 차이가 취업시장에서 ‘여풍’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빠의 부재+엄마표 교육’이 아들 망친다

자녀의 교육을 어머니가 전담하면서 남학생이 ‘퇴화’하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있다.

황상민 교수는 “어머니들은 딸은 독립성 있게 키우면서 아들은 애완동물처럼 보호하려고만 하는 이중성이 있다”며 “어머니가 정답을 찾고 안전성을 추구하는 여성의 방식을 아들에게 적용하려다 보니 마찰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머니가 아들의 엉뚱함과 장난기를 여성과 다른 특성으로 보지 않고 일탈행위라고 단정해 이를 억누르면 안 된다고 황 교수는 조언했다.

중학교 교사 강정호(44)씨는 “공부 잘하는 여학생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자 우등생은 어머니가 매니저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참견하고 관리하는 수가 꽤 있다”며 “그런 남학생이 성적이 좋아 봐야 사회에 가서 무엇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남학생이 진로나 성장 시기의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멘토’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남학생 수에 비해 여교사가 많고, 아버지는 지나치게 바빠졌다는 주장이다.

서울시내 남녀공학 고교의 이모 교장은 “여교사는 아무래도 남학생과 교감하기 쉽지 않고 남학생의 일탈행위를 남교사보다 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학업에 뒤처진 남학생을 지도하기보다 ‘수업만 방해하지 마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모습도 흔하다”고 말했다.

고교 교사 이수정(49)씨는 “여학생은 동성 간 연대감을 바탕으로 여교사를 어머니나 언니의 대역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진로나 고민을 상담하려고 한다”며 “남학생이 여교사와 상담하는 것은 드문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각급 학교별 남교사 비율은 초등학교가 24.9%, 중학교 34.3%, 고등학교(일반계)가 54.3%인데 남학생의 비중은 52% 정도다.

그러나 대부분 교육 선진국의 경우 여교사가 많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이 또다른 남성 우월적 시각이라는 비판도 있다.

문용린 교수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아들 간 갈등을 조정하는 게 두려워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 교육에서 빠지면 안된다”며 “아버지는 뭐라도 계기를 만들어 아들과 접촉 면을 더 넓혀 남성의 장점을 살리는 교육을 직접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중·고교 남녀 학생의 성적 격차는 한동안 더 벌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고교 교사 김현국(41)씨는 “성별 성적의 우열이 쉽게 변하지 않고 여성의 입지가 커지는 사회 분위기와 딸에 대한 교육 투자가 맞물리면서 여학생이 계속 앞설 것”이라며 “선진국에서도 여학생 성적이 더 좋다”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애초부터 여성의 본성에 유리한 현대의 시험 제도를 고려하면 남학생이 압도적인 우위였던 예전이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