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떨어진 박세리 구해준 기업은?

스폰서 떨어진 박세리 구해준 기업은?

입력 2011-09-05 00:00
업데이트 2011-09-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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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지주, CI ‘파이오니어 정신’에 부합 박세리 후원스포츠마케팅도 강화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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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 연합뉴스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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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도로’라는 낯선 로고가 새겨진 골프 모자를 쓰고 골프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박세리가 로고의 뜻대로(?) 옛 영광을 ‘도로 찾을’ 수 있을까?

이탈리아어인 온다 도로는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와인의 이름이지만, 골프계에서는 ‘무엇인가 다시 온다’는 박세리의 염원이 담긴 것으로 여겨져왔다.

일각에서는 우승이라는 소리도 나왔고, 한 켠에서는 거액을 지원해줄 후원사를 의미한다는 얘기도 있었다.이에 따라 산은이 골프선수 박세리(34)를 후원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박세리는 과거에는 명성을 날리긴 했지만 현재는 ‘잘 나가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은은 5일 오후 2시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박세리ㆍ이덕희 후원 조인식을 연다. 산은은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는 않았지만 2014년까지 3년 동안 박세리를 후원하기로 했다.

박세리는 2007년 12월 CJ와 메인스폰서 계약이 종료된 이후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업체의 후원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그가 최근 모자에 부착해온 후원사 로고는 ‘온다 도로’(Onda d’0ro). 이는 운산그룹의 주력사인 동아원㈜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100% 투자해 설립한 다나 에스테이트가 생산하는 와인이다.

대기업들은 신인 시절에 비해 성적이 크게 나빠지자 더이상 그를 찾지 않았고, 박세리도 어쩔 수 없이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탈리아어로 ‘황금빛 물결’이라는 뜻의 ‘온다 도로’는 거꾸로 하면 한국어로 ‘도로 온다’가 된다. 재기를 꿈꾸는 박세리의 현실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박세리는 오는 11월이면 이 스폰서마저 끊길 처지에 놓였다. 이때 박세리에 손길을 내민 것이 산은이다. 이는 산은의 기업통합이미지(CI) 구축과 관련이 있다.

산은은 최근 그룹 이미지를 ‘파이오니어(개척자)’로 통일하기로 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7월 US오픈 때 맨발 투혼을 통해 예상치 못한 우승을 거둬 세계에 우뚝 서고 국민에게는 희망을 줬던 박세리의 모습이 여기에 들어맞는다는 산은의 설명이다.

산은은 박세리가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하나 남은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컵마저 따내 아시아 선수 최초의 ‘통산 그랜드슬램’을 달성, 후원 효과가 극대화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한국선수 통산 100번째 우승의 주인공이 박세리라면 금상첨화로 보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그동안 절망에 빠졌던 박세리가 산은의 후원 소식이 알려진 뒤 전성기 때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했던 뜨개질도 다시 시작했다”며 그의 재기를 낙관했다.

산은이 청각장애 3급인 테니스 유망주 이덕희(13·제천동중)에 대한 지원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세리가 과거의 파이오니어였다면 이덕희는 벌써 윔블던대회 우승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미래의 파이오니어’라는 것이다.

같은 차원에서 문화계 인물로는 본고장인 유럽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로 주목받는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에 주목하고 있다.

박세리 후원은 산은의 스포츠 마케팅 강화와도 관련이 깊다. 산은은 조직문화를 젠틀맨십, 만인평등, 공정 등으로 대표되는 스포츠를 기본으로 삼기로 하는 한편 스포츠를 통한 수익 창출에도 나섰다.

스포츠산업에 대한 여수신을 강화해 이익이 나면 관련 스포츠에 재투자, 전체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육상산업으로 번 돈을 육상선수한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공동가입 정기예금을 판매하면서 약 5천만원의 육상장학기금을 은행 부담으로 조성해 육상 꿈나무 10여명을 후원하기로 한 것이 그 출발선이다.

산은은 나아가 지주사 내 ‘스포츠마케팅단’을, 산업은행 내에는 ‘스포츠금융단’을 지난달 신설했다.

스포츠마케팅단은 스포츠 금융업무 개발, 글로벌 스타 후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스포츠금융단은 운동선수 출신과 기획 역량이 뛰어난 일반사원으로 구성돼 선수 출신의 네트워킹을 최대한 활용해 여ㆍ수신 마케팅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강만수 산은 회장은 “그룹 이미지를 파이오니어로 한 것은 지금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우뚝 서자는 의미”라며 “우리나라 스포츠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므로 스포츠가 산업은행의 효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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