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1만 3000명 고용… 길 이름이 ‘LG로’

현지인 1만 3000명 고용… 길 이름이 ‘LG로’

입력 2011-09-14 00:00
업데이트 2011-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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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브로츠와프의 ‘LG클러스터’ 가보니

“LG클러스터가 처음 가동되던 2006년만 해도 이곳 사람들이 타는 차들은 거의 다 경차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중형차들로 바뀌었어요. 그만큼 LG클러스터가 지역 주민들의 구매력을 높여준 것이죠. 한국도 아닌 폴란드에 ‘LG로(路)’와 ‘서울로’가 생겨난 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폴란드 서남부의 공업도시 브로츠와프의 대규모 공업단지 ‘LG클러스터’에서 만난 성준면 LG전자 브로츠와프 생산법인 상무는 폴란드에서의 LG의 위상을 이같이 설명했다. 2015년 유럽 가전시장 1위를 목표로 하는 LG전자의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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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폴란드 브로츠와프 LG전자 공장의 한 근로자가 라인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시네마 3D TV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라인에 거울을 설치해 한 사람이 TV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검수할 수 있도록 해 검수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 5일(현지시간) 폴란드 브로츠와프 LG전자 공장의 한 근로자가 라인에 설치된 거울을 통해 시네마 3D TV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라인에 거울을 설치해 한 사람이 TV의 앞면과 뒷면을 동시에 검수할 수 있도록 해 검수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다.


LG전자는 2006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350㎞가량 떨어진 공업도시 브로츠와프에 155만㎡(약 47만평) 규모의 ‘LG클러스터’를 준공해 유럽 가전시장의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LG클러스터는 ▲액정표시장치(LCD) TV 조립라인(LG전자) ▲LCD모듈 조립라인(LG디스플레이) ▲LCD부품 생산라인(LG화학·LG이노텍·희성) 등이 동반진출한 대규모 생산 단지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1만 3000명의 현지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이곳에서 주력제품인 LCD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2005년부터 올해 말까지 약 8억 유로(1조 24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LG전자의 경제력은 LG클러스터 내 1위, 브로츠와프가 속한 돌노실롱스키에 주에서는 2위를 차지할 만큼 막강하다.

성 상무는 “일본 업체인 도시바 정도를 제외하면 LG클러스터가 자리 잡은 브로츠와프 지역은 LG와 그 협력업체들이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클러스터의 위상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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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폴란드는 유럽 가전시장 1위를 목표로 뛰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교두보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브로츠와프의 LG클러스터뿐 아니라 바르샤바에서 북서쪽으로 130㎞ 떨어진 므와바에도 1999년부터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및 소형 LCD TV 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이 유독 폴란드를 선호하는 것은 폴란드가 갖고 있는 지리적·경제적 잠재력 때문이다. 우선 폴란드는 지리적으로는 유럽의 중심부에 자리 잡아 예로부터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교역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공동 개최하는 ‘유로 2012’(4년마다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축구 국가대항전)를 준비하기 위해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유럽의 통로’로서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3850만명의 인구와 1만 2500달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4%가 넘는 경제성장률 등으로 재정 위기로 몸살을 앓는 유럽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폴란드의 강점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폴란드는 예로부터 ‘동유럽의 중국’이라 불릴만큼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데다 최근 급격한 공업화가 이뤄지고 있어 내수 시장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LG전자 브로츠와프 법인의 매출은 18억 달러(약 2조 8000억원) 정도였지만, 올해는 이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지역 대부분이 재정 위기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면서 가전시장도 20%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내 최대 소비시장 가운데 하나인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이 위축돼 있어 시장 상황이 단기간에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LG전자가 유럽 시장에서 자신감을 갖는 것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선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의 3차원(3D) 입체영상 TV인 ‘시네마 3D TV’에 큰 기대를 걸고 있어서다. 현재 LG전자는 이곳 생산법인에서 TV 생산량의 35%를 시네마 3D TV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50%까지 비중을 늘려 유럽지역에서 3D TV 1위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이다.

성 상무는 “시네마 3D TV의 공정을 혁신해 부품 수를 줄이고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다이렉트 딜리버리’ 체제도 확대해 유럽 지역에서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브로츠와프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1-09-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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