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코퍼의 경고

Dr. 코퍼의 경고

입력 2011-10-07 00:00
업데이트 2011-10-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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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후 28% 급락 t당 6805弗… “세계경제 침체 우려”

글로벌 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해 왔던 금이나 원유 등 기존의 선행지표들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구리가격’의 변동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데다가 자동차, 건설, 해운 등 제조업 전반에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로 안성맞춤이라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구리는 금융 시장에서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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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시세는 세계경제가 요동치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세계 경기 침체를 경고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6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4일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6805달러로 2010년 7월 20일(6641달러) 이후 14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일의 9445달러와 비교하면 2개월여 만에 28%가 하락했다.

구리에 대한 수요는 전세계 주요국의 실물경제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 실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중국이 사들인 구리는 전체 구매량의 38%다. 2, 3위을 기록한 미국과 독일의 구매량을 합친 것(17%)보다 2배 이상이나 많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으로 사들이면서 값이 변동하는 금이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원유에 비해 구리가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구리 가격 하락이 시작된 지난 7월부터 세계경제가 침체 기미를 보인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금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미국·유럽이 경기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 지역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별로 없었다.

서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 중국이 전략적으로 구리를 비축하면서 가격이 올랐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제불안에 중국이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7월부터 구리 가격이 하락한 것”이라면서 “구리 가격은 세계성장동력인 중국의 성장둔화를 반영하면서 7월에 이미 세계적 경기 둔화를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구리 가격의 하락세가 지난 9월 하순부터 더욱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가 심해지고, ‘해결사’ 역할을 했던 중국마저 어려움에 처하면서 아시아 국가들까지 경기 침체에 전이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재정부는 6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 미국 경제 전망 악화, 중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 경기순환연구소(ECRI)는 미국경제가 새로운 불황에 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철희 동양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행, 중국개발은행, 중국 수출입 은행들의 CDS 프리미엄도 크게 오른 데다가 지방정부의 부실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11%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위안화는 늘 가치가 상승해 선물 환율이 현물 환율보다 낮았지만 최근 들어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등 중국 경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2011-10-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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