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소액결제 거절, 찬반 팽팽할 듯

카드 소액결제 거절, 찬반 팽팽할 듯

입력 2011-10-10 00:00
업데이트 2011-10-10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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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소액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이번에는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용카드로 결제할지, 현금으로 결제할지를 두고 돈을 받는 사람(가맹점주)의 결정권이 먼저라는 주장과 돈을 내는 사람(소비자)의 선택권이 먼저라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정부가 ‘1만원 이하’를 절충안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수납을 의무화한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이 가맹점주의 권익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1만원 이하에 대해선 점주가 결제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카드결제와 현금결제의 가격에 차별을 두는 ‘이중가격제’ 허용, 카드 포인트ㆍ마일리지 혜택 축소 등과 맞물려 있어 여전법 개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마찰도 예상된다.

◇카드결제 의무화, 藥인가 毒인가

과거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해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고객이 카드결제를 요구하면 가맹점주가 이를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엔 자영업자의 세금탈루를 방지해 세원(稅源)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카드 단말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카드결제가 일상화하자 소비자의 결제수단도 점점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옮겨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개인의 카드결제 이용건수(현금서비스ㆍ할부구매 제외)는 4억8천만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1월의 1억3천만건에 비해 약 3.7배로 늘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껌값’이나 다름없는 몇백원짜리 물건을 사는데 편의점에서 카드결제를 거부당했다며 민원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며 “소비자로선 거스름돈이 필요 없고 소득공제도 돼 카드결제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드결제가 점주 입장에선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 카드로 결제하면 결제금액의 일정비율을 카드사에 수수료로 내야 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결제망을 운영하는 밴(VAN)사로 들어간다.

점주들은 불과 몇천원짜리 물건을 팔고 카드로 결제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카드결제 의무화는 헌법상 과잉금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경기 양극화가 심해지면 중소 가맹점주 입장에선 매출은 줄어들고 카드결제 수수료까지 내야 하는 고충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결제를 거절하면 형사처벌을 받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점주들의 주장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 카드결제를 거절하면 형사처벌 대신 가맹 카드사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액 카드결제 거부, 이번엔 성사될까

현재 국회에는 카드결제 의무화를 완전히 폐지하는 법안, 현금영수증 발급을 전제로 카드결제 의무화를 폐지하는 법안, 1만원 미만에 대해선 카드결제 의무화를 폐지하는 법안 등이 발의돼 있다.

금융위는 올해 연말까지 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할 때 이들 법안의 취지를 고려해 1만원 이하는 카드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18대 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 이 문제를 매듭짓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여전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게 목표며, 그전에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이 합쳐져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결제 의무화를 규정한 여전법 19조1항은 카드결제와 현금결제에 대한 이중가격제를 금지한 여전법 19조3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가맹점주들은 19조3항의 개정도 요구하고 있지만, 자칫 혼란이 커지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여기에 대해선 금융위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카드ㆍ현금 이중가격제에 손을 대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아울러 카드결제 축소에 따라 카드 포인트와 마일리지 혜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간단히 풀릴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금수입 감소도 문제다. 금융위는 카드결제를 거절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은 발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카드결제보다 세원 포착이 어려워져 조세당국이 반대할 우려가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웬만한 점포엔 카드 단말기가 보급돼 1만원 이하 카드결제 거절이 허용돼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소비자들 사이에 카드결제는 1개월치 외상이라는 비용인식이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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