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재무통 ‘머쓱’… 마케팅·홍보 ‘쑥쑥’

인사·재무통 ‘머쓱’… 마케팅·홍보 ‘쑥쑥’

입력 2011-10-24 00:00
업데이트 2011-10-24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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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예전과 다른 양상의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전통 관리 부서인 재무와 인사 라인보다 홍보와 전략, 마케팅 전문가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대기업 총수들의 위기의식이 저변에 깔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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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올 연말 인사에서 마케팅과 홍보, 전략 파트를 집중적으로 보강하기로 했다.

●CJ그룹 승진 임원 재무출신 없어

전통적 관리 부서인 재무·인사의 퇴조와 홍보·마케팅·전략 파트의 부상은 최근 3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CJ그룹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CJ는 지난 17일 최대 규모인 44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한 이해선 CJ오쇼핑 총괄부사장을 비롯해 6명의 부사장, 12명의 상무를 보면 재무 출신은 단 한 명도 없고, 인사 출신은 1명(그룹 인사팀장 조성형 부사장)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마케팅과 홍보, 전략 및 생산기술 출신들이다. 특히 그룹 홍보팀의 정길근(43) 상무대우는 발탁 승진을 통해 홍보실장인 권인태 부사장과 그룹 홍보를 담당하게 됐고, CJ오쇼핑 장영석(43) 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CJ제일제당 홍보담당 상무보로 승진하는 등 홍보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이 지난 9월 단행한 조직 개편은 회사의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플랫폼 사업 중심인 SK플래닛이 출범하면서 사내독립기업(CIC) 부문의 유지 필요성이 작아졌고, 이에 따라 통신사업에 대한 운영을 책임지는 ‘사업총괄’과 전사 최적화·효율화를 지원하는 ‘코퍼레이트센터’ 체계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총괄 부문에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업간거래(B2B), 네트워크 역량 등을 결집, 마케팅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도 올 들어 홍보실을 강화하고 세분화했다. 지난 7월 현대차그룹은 2개의 실이었던 홍보실을 3개의 실로 늘리면서 문화일보 출신으로 해외정책 부문을 맡고 있던 공영운 상무를 1실장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언론담당, 홍보지원, 지방 언론과 사내홍보 등으로 업무를 세분·전문화했다.

●SKT·현대차는 마케팅·홍보팀 강화

재계에서는 12월 뚜껑이 열릴 삼성그룹을 포함해 나머지 그룹들의 임원 인사에서도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과거 오너 일가의 재산관리와 불투명한 자금거래를 담당하면서 중용됐던 재무 출신들의 입지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이 투명해지면서 점차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과의 관계와 자금조달 측면에서 기업이 우위로 돌아서면서 재무 라인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군림했던 ‘재무의 시대’가 기업경영 환경 변화와 투명성 강화 덕분에 저물고 있는 것이다.

인사 담당도 마찬가지다. 인사 파트 쪽에서는 노사 전문가들만이 복수노조 시행 등으로 주목받고 있을 뿐 과거 ‘인사의 꽃’이었던 인사관리는 힘을 못 펴고 있다. 급변하는 경쟁환경 속에서 그때그때 발 빠르게 인사를 단행하는 소위 ‘럭비공 인사’가 확산되면서 과거처럼 일일이 자료를 만들고 검증하면서 예측 가능한 인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준규기자·산업부 종합 hihi@seoul.co.kr

2011-10-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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