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췌도로 당뇨 원숭이 치료…의미와 과제

돼지췌도로 당뇨 원숭이 치료…의미와 과제

입력 2011-10-31 00:00
업데이트 2011-10-3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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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간 장기이식에 새 이정표문제는 장기생존…임상까지는 과제 산적

서울대 박성회 교수팀이 돼지의 췌도세포를 이용해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를 치료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이종(異種) 동물의 장기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연구성과의 개요와 의미, 향후 과제 등을 알아본다.



◇실험 어떻게 이뤄졌나 = 이번 연구에 사용된 무균돼지는 몸무게가 70㎏ 정도로, 일반 돼지의 3분의 1 크기다. 돼지의 장기가 사람의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것은 돼지의 인슐린과 사람의 인슐린이 같기 때문이다.

이들 무균돼지는 미국 시카고의대 김윤범 교수가 개발해 2004년 서울대에 기증한 것으로, 현재 100여마리가 서울대 내에 사육 중이다. 황우석 박사도 이 돼지를 이용해 이종간 장기이식 연구를 했었다.

연구팀은 모두 8마리의 원숭이한테 돼지의 췌도세포를 이식했다. 췌도는 인슐린 등의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그렇다고 해서 10㎝ 가량이나 되는 췌도 전체를 떼어 내 원숭이한테 이식한 것은 아니다.

돼지의 ‘이자’를 잘라낸 뒤 이중 수백개에서 수천개씩 뭉쳐 있는 인슐린 분비세포만 분리해 생리식염수 등에 섞어 원숭이의 간을 관통하는 혈관(간문맥)에 주사하는 방식을 썼다. 이자에는 소화액을 분비하는 세포가 90%고, 인슐린 분비세포는 10% 남짓이기 때문에 세포분리가 이식과정의 핵심이다.

이렇게 원숭이의 간에 주입된 돼지의 인슐린 분비세포는 간혈관을 따라가면서 간속 모세혈관에 들어가 이식 전 혈당이 450이었던 원숭이의 혈당을 평균 83으로 떨어지게 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총 8마리의 원숭이 중 4마리가 당뇨병 완치상태를 보인다고 박성회 교수는 덧붙였다.

박 교수는 “혈당치가 정상으로 떨어진 원숭이들은 시술 3개월 후부터 면역억제제를 전혀 투약하지 않은 채 약 4개월여를 밥만 먹으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간 장기이식에 새 이정표 = 이번 연구는 면역학적으로 유전자조작을 거치지 않은 돼지의 장기를 썼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주류를 이뤄 온 이종간 장이기식 연구는 사람의 면역유전자를 넣은 형질전환 돼지를 이용한 게 대부분이었다

이는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반대로 이런 면역유전자가 환자에게 이식된 이후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점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더욱이 면역억제제 투여를 중단한 후에도 이식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은 점은 사람간의 동종이식에서도 매우 드문 일로, 이종이식에서는 세계 최초의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박성회 교수는 “실험에 사용된 돼지는 다른 연구팀에서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는 ‘형질전환 돼지’가 아니라 조작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정상 무균돼지라는 점에서 큰 차별점이 있다”면서 “원숭이가 8개월여를 생존했다면 사람에게도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면역조절항체도 원숭이의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면역조절항체는 원숭이의 몸속에서 항원(침입자)에 대항하는 면역 T세포를 억제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면역거부반응없이 생존을 가능하게 한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이 면역조절항체를 이용하면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않는 사람들 간에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이나 줄기세포 이식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장기생존…향후 과제 산적 = 현재 국내에서 질병으로 장기이식을 기다라고 있는 환자는 모두 1만8천여명에 달하지만, 실제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사람은 1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사정은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연간 6천여명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부족한 장기이식을 해결하려면 돼지를 이용한 이종 장기이식 연구가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다. 때문에 국내외에서 이종 장기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 연구가 활발하다.

이미 세계적으로 1994년부터 2005년 사이에만 5차례의 돼지 췌도이식 연구가 이뤄졌으며, 현재까지 대상 환자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추적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스프링포인트프로젝트(Spring Point Project)사에서는 영장류 이식 시험을 끝내고 1형 당뇨병 환자에게 돼지 췌도를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뉴질랜드 LCT(Living Cell Technology)사도 다이아베셀(DIABECELL)이라는 젤로 싸여진 돼지 췌도 세포로 러시아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8개 대학과 연구소, 6개 외국대학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종장기 이식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성과에도 이종간 장기이식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무엇보다도 안전성 측면에서 동물과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증’의 전파 우려는 물론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지는 새로운 전염병이 출현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번 연구성과의 경우 관찰기간이 8개월로 짧은 편이어서 당장 사람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2년 이상의 생존기간을 관찰하고, 원숭이에 대한 정밀 조직검사 등을 거쳐야만 전염병 출현과 질병 완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 이종간 이식과 관련한 국가 차원의 임상연구 지침이 부족하는 점도 향후 풀어야 할 숙제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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