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부자위해 뭐든한다…”탈세ㆍ탈법 가능성”

증권사 부자위해 뭐든한다…”탈세ㆍ탈법 가능성”

입력 2012-02-22 00:00
업데이트 2012-02-22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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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경쟁을 하면서 불법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은 부자들을 상대로 하는 1대1 서비스에 동원되고 있다.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특정종목에 대한 조사분석 자료를 일반에 공표하기 특정인에게 미리 알려주면 안 된다. 또 주요 정보를 미리 특정인에게 제공한 뒤 일반에 공표하면 안 된다.

애널리스트들이 부자들과 1대1 상담을 할 경우, 이런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증권사들이 전 국세청 직원 등 세금 전문가들을 고용해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절세 상담을 하면서 사실상 탈세와 절세의 경계 선상에서 조언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10억 이상이면 어디든 간다”…고액자산가 서비스 과열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인 A씨는 22일 “돈이 많은 고객이 부르면 일하다 말고 나갔다 와야 해서 아주 괴롭다.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해도 비위 맞춰가며 의견을 얘기해야 하니 고되다”고 푸념했다.

증권사 간에 고액자산가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가 주식, 금융상품, 채권, 부동산, 세무 등 고객이 원하는 사항에 대해 1대1로 상담해 주는 서비스가 과열되고 있다.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라면 원하는 애널리스트를 만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기업분석의 총 책임자인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상담 서비스를 받기도 한다. 이전에는 기관투자가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증권사 1대1 서비스에 불려간 애널리스트는 미공개 분석자료 내용이나 관련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에게 고액 자산가는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조사분석 자료가 공표되기 전에 그 내용을 특정인에게 미리 알려주거나 특정 종목과 관련한 내부자 정보를 전달한다면 문제가 된다. 사전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모두 규제를 할 수는 없다. 사후적으로 구체적 증거가 나오면 대응을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고액 자산가에게 일괄 제공하는 세무 컨설팅 서비스도 절세를 넘어 ‘탈세전략’을 상담하는 서비스로 악용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액 자산가일수록 상담내용 대부분이 세무상담이다. PB는 국세청 등 세무당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내 세무사를 동반한 채 상담을 하다가 사안이 민감해지는 경우 자리를 비켜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절세를 넘어 탈세에 대해 은밀히 조언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고액 자산가에게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온갖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서비스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이 경우 일반 투자자의 주머니를 털어 고액자산가의 배를 불리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시장의 크기가 한정됐는데 모든 금융회사가 고액 자산가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손익과는 무관한 분야가 됐다. 금융회사들이 대대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비용부담은 커지고 있는데, 그 부담은 일반고객이 충당하고 있다. 이 것은 고객간 서비스 차이가 아니다. 일방적 차별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가 돈 있는 사람의 집사 노릇을 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변칙을 유도하는 꼴이다. 법 위반의 경계 선상에서 줄타기를 하거나 탈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나쁜 선례가 관행화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중매ㆍ결혼ㆍ여행ㆍ문화 등 서비스 다양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집안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세대간 부의 이전과 승계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초우량고객을 대상으로 가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 집안의 재산이나 가업, 지배구조는 물론 세대간 부의 이전과 승계를 관리해준다. 서울시내 3개 초우량고객 센터를 중심으로 전사가 총동원된다.

자산관리 전분야를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는 회사도 있다. 삼성증권은 예탁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고객을 위한 초고액 자산가 전문점포 7곳을 차려 모두 321명을 관리중이다. 이들에게는 전용랩 상품이 제공된다. 세무, 부동산, 가업승계, IB 등 자산관리 전분야의 컨설팅을 40여명으로 구성된 본사 전문가컨설팅그룹이 지원해준다.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집사를 일컫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에게 호텔과 레스토랑, 문화공연, 뷰티와 헬스 등 상품을 추천하고 예약을 도와준다. 한국투자증권도 10억원 이상 고객에게 여행, 건강, 문화에 대한 전문정보를 제공하고 예약을 대행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컨시어지 서비스는 말 그대로 집사노릇을 한다는 뜻이다. 예전에 자산 50억원을 맡긴 분의 딸이 자동차를 사는 데 따라가서 같이 봐주면서 조언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예술작품 투자나 골프레슨, 자녀 유학상담 등으로 서비스도 고도화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를 상대로 예술작품 분석과 매매, 보험, 보관, 절세 컨설팅을 해준다. 대우증권은 예탁자산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에게 프로 골프선수의 글프레슨을 제공하고 있고, 은퇴설계, 증여상속, 절세뿐 아니라 법률이나 자녀 유학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초고액자산가는 대표이사가 나서 함께 골프를 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서비스가 생활 전반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이벤트성 문화공연, 부동산컨설팅, 결혼 등의 서비스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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