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8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과 금융당국·저축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 명의로 된 저축은행 예금을 한 푼도 갖고 있지 않다. 수사 당국은 김 회장이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축은행에는 부인 하모씨 예금이 10억여원, 아버지 김경호(81)씨의 예금이 2억원가량 들어 있었다.
부인 하모씨의 예금은 지난해 9월 인출됐고, 아버지 김경호씨의 예금은 올 3월에 인출됐다. 고객들을 증자 등의 카드로 안심시키고 있는 사이 가족의 돈만 빼돌린 것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은 적기 시정조치 사전통지를 한 지난 4월 12일부터 미래저축은행의 대주주 가족 및 임직원 예금 인출 사항을 관리하면서 사후에 파악됐다.”면서 “이 돈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아버지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동화리에서 과수원을 하고 있는 평범한 농업인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에게 특별한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 당국은 김 회장이 수십억원의 자금을 빌려 준 뒤 그중 일부를 돌려받고 대출 자체를 부실처리한 수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합동수사단은 전날 30여곳에 이어 이날 미래저축은행 본점(제주) 등 10여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합수단은 미래저축은행 등에 수사관을 파견해 대출·회계장부, 서버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합수단은 솔로몬·미래·한국·한주 등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임원들과 한맥기업(솔로몬) 등 계열사 직원들을 소환해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 대출과 횡령 액수 등에 대해 조사했다.
합수단은 김 회장의 불법대출, 횡령 금액 및 용처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회장이 밀항 직전 인출한 고객 돈 200억원, 충남 지역 리조트를 구매하기 위해 제3자를 내세워 불법 대출받은 1500억원 등 200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했다. 향후 횡령 액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조사 결과 정·관계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추후 수사를 통해 적어도 10여명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래저축은행이 2008~2010년 사이 최태원 SK 회장에게 차명으로 동일인 대출 한도를 어기고 1000억원가량을 대출해 준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8일에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 건재 고택 인근에서 김 회장이 전날 승합차에 싣고 온 뭉칫돈을 별장 관리인 김모씨가 훔쳐 달아났다. 김씨는 김 회장의 고향 친구다. 김씨는 범행 후 김 회장의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어차피 비자금이니까 신고도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주·홍인기기자 kdlrudw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