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환은 지분 판다

한은, 외환은 지분 판다

입력 2012-05-26 00:00
업데이트 2012-05-26 00:2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45년만에 매각처분권 위임 받아… 현재 가격에 팔면 680억 손실

한국은행이 45년 넘게 갖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6.12%(3950만주)를 드디어 팔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매각 지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주식 시장에 영향을 최대한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매각 물량과 시기 등을 정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한은이 갖고 있는 외환은행 주식의 처분을 한은에 맡긴다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 오는 29일 관보에 게재한다고 25일 밝혔다.

고시에 따르면 장내 매각, 블록 세일(특정 투자자에게 덩어리 매각) 등 처분 방법과 시기 등을 한은이 자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며 파생상품 거래는 금지된다. 장외에서 경쟁 입찰을 하거나 수의 계약을 할 때는 은행이나 보험사, 사모펀드 외에 은행지주회사도 가능하도록 매각대상을 추가했다.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된 외환은행이 5년 뒤 하나은행과 합병하고 한은이 그때까지도 외환은행 주식을 갖고 있는 게 있으면 한은은 하나금융에 해당 지분 인수를 요청하거나 합병주식(하나금융) 전환 뒤 매각을 선택할 수 있다.

한은은 외환은행이 외국환전문은행으로 설립된 1967년부터 1985년까지 7회에 걸쳐 총 395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 1989년 외환은행법 폐지로 외환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바뀌면서 한은은 이 지분을 팔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은법상 한은은 시중은행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모 물량 방출에 따른 시장 영향 등을 우려해 정부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각방법을 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지분 보유를 허용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법적으로는 29일부터 지분 매각의 길이 열렸지만 그렇다고 한은이 당장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데다 기대수익도 없기 때문이다.

한은의 외환은행 주식 평균 매입단가를 단순 계산하면 주당 1만원이다. 이날 외환은행 주가는 8280원에 마감했다. 지금 팔면 약 680억원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45년 장기 투자치고는 ‘쓰라린’ 성적이다. 물론 대부분의 매각 수익은 국고로 귀속된다.

균형재정을 맞추기 위해 한 푼이 아쉬운 정부로서는 ‘눈먼 돈’이 생기게 됐다. 한은은 외환은행 지분을 1% 이상 매각하거나 매각을 완료하면 재정부 장관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2012-05-26 1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