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특허 공유… ‘특허괴물’ 공동 대응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특허 공유… ‘특허괴물’ 공동 대응

입력 2013-07-04 00:00
업데이트 201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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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부문 세계 1·2위 업체,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적과의 동침’

메모리반도체 부문 세계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특허공유(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적과의 동침’에 들어갔다. 날로 심해지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공세에 공동대응하고, 국내 기업 간 소모전도 줄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일 반도체 분야 특허를 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인 특허 공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유 대상은 두 회사가 보유한 반도체 특허 전체다. 단, 계약기간과 로열티(특허사용료) 등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규모 면에서 두 회사가 보유한 특허 수의 차이가 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일부 특허료를 지급하는 조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10만 2995건(반도체 이외 특허 포함), SK하이닉스는 2만 142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관리전담 직원도 각각 450명과 60명에 달한다. 그동안 해외 특허괴물 등으로부터 각종 법적 분쟁에 시달려온 두 회사는 소모적인 분쟁을 피하는 것이 각자에게도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2010년부터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다.

최근 반도체 기업 간 특허 제휴는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전체 반도체 부문 세계 1위 업체인 인텔은 물론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특허 공유 계약을 한 상태다. 2009년에 미국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 2010년에 램버스, 2011년에는 마이크론과도 각각 특허 제휴나 계약을 맺었다. SK하이닉스도 2007년 일본 도시바 및 샌디스크와 상호 특허 사용계약을 맺었다. 특히 이달 초엔 13년간 소송을 이어오던 램버스와의 특허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기업들 사이에 합종연횡이 활발해진 이유는 스스로 특허를 활용하거나 활용할 계획도 없으면서 소송 등으로 금전적 이익만을 챙기려는 글로벌 특허괴물의 횡포가 점점 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이 최근 6년간 특허괴물인 인텔렉추얼 벤처스(IV·Intellectual Ventures), 인터디지털(Interdigital) 등에 건넨 돈은 무려 1조 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국내 기업끼리 불필요한 분쟁을 미리 방지한다는 의미도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관련 특허 기술로 법적 분쟁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분쟁이 터지면 해외 경쟁기업들만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배경에서 업계에선 이번 특허 공유 계약을 국내 경쟁사 간의 모범적인 상생모델이라고 평가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익이란 큰 틀에서 보면 모범이 될 만한 상생의 사례”라면서 “최근 진행 중인 삼성과 LG 간의 특허 소송전도 대승적 차원에서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특허 분쟁을 벌여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지난 3월부터 특허 공유를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3-07-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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