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부양의지 확인…한국시장 “다행”

유럽중앙은행 부양의지 확인…한국시장 “다행”

입력 2013-07-05 00:00
업데이트 2013-07-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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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연준발 시장 변동에 ECB 이례적 정책 제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시장의 기대를 넘어 경제 부양 의지를 직접적으로 밝힘에 따라 금융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드라기 총재는 4일(이하 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상당한 기간’ 동결하거나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국채매입프로그램(OMT)의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같은 날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뱅크 오브 잉글랜드·BOE) 신임 총재도 “2015년에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향후 금리에 대해 언급했다.

주요 외신과 시장 분석가들은 ECB가 이례적으로 향후 정책 방향을 직접 제시한 데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과 포르투갈 정국 불안에 따른 금융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처음으로 금리에 관해 ‘사전 지침’을 준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지난달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설명한 이후 금융시장이 요동친 선례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로이드 M&G 인베스트먼트 기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에는 연준의 언급이 시장 움직임을 유도했다”며 “분명 ECB와 BOE가 ‘잠깐만’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포르투갈의 정국 불안으로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쓴 긴축정책이 실제로 경제를 살리지는 못하고 장기 불황과 실업률 증가만 유발했다며 긴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전했다.

당장 유럽 증시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급등했다.

영국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날보다 3.08% 급등했고 독일 증시의 DAX 30 지수와 프랑스 CAC 40 지수도 각각 2.11%, 2.90% 치솟았다.

포르투갈 증시도 3.79% 뛰었다.

독일과 스페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소폭 떨어진 반면, 영국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소폭 오르는 등 채권시장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도 드라기 총재의 언급은 포르투갈 정국 불안에 따른 유로존 위기 재발 가능성을 줄여주고 선진국 중앙은행의 경제 부양 의지로 결국 위험자산에 대한 심리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신흥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 연준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잔존하는 상황에서 유로존마저 흔들리는 글로벌 악재가 당장 닥쳐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5일 한국 코스피지수,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 호주 S&P/ASX200지수 등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로 출발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드라기 총재의 장기적 통화완화 정책 시사 등으로 포르투갈 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들었고 8∼9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유럽의 성장주의 기조가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에 더해 “미국 출구전략 위험성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고 미국 기업 실적발표 시기 개막으로 낮아진 실적 눈높이가 충족되면 국내 증시는 반등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채권 시장의 경우 5일 발표되는 미국 고용 지표에 가장 주목하고 있기는 하지만,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무엇보다도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조기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한국 시장이 본격적인 상승 동력을 받으려면 그동안 변동성 장세를 주도한 미국과 중국 등 ‘G2’ 경제에 확실한 개선 조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대해 “포르투갈 정정불안으로 야기된 유로존 위기 재발 우려를 축소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글로벌 유동성 공급 확대에는 역부족이고 ECB 결정이 독일중앙은행 분데스방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는 점도 큰 의의를 주기 어려운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곧 발표될 미국 고용 지표와 2분기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향방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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