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남성들만의 리그… 30대 기업 150명중 여성 단 2명

사외이사, 남성들만의 리그… 30대 기업 150명중 여성 단 2명

입력 2013-07-29 00:00
업데이트 2013-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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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투명성 취지와 달리 ‘끼리끼리 문화’ 변질… 전체 여성비율 공시 시급

지난해 매출액 기준 30대 기업(12월 결산법인 기준)의 사외이사 150명 중 여성은 단 2명(1.5%)에 불과하다. 이사회가 좀 더 남녀 균형이 맞는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 전체 여성 비율의 공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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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는 삼성전자의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과 KT의 이춘호 전 EBS 이사장밖에 없다. 올 2월 새로 선임된 김 대학원장은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외이사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앞서 지난 5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12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를 통해 여성 관리자가 있는 248개 기업 이사회의 평균 인원은 사내이사 5.7명, 사외이사 2.6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이 각각 0.3명과 0.1명꼴이라고 밝혔다. 평균적으로 사내이사는 5.2%, 사외이사는 3.8%가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여성 관리자가 있는 기업에만 한정돼 있어 여성 관리자가 없는 기업을 합칠 경우 여성의 비중은 더 낮아지게 된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경영 투명성을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에 따라 상장사는 이사의 4분의1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 특히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하지만 사외이사는 도입 취지와 달리 ‘끼리끼리’ 문화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사외이사가 도입 취지와 달리 대주주나 대표이사와의 친분 관계로 임명되는 상황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대주주나 대표이사와 연결고리가 적기 때문에 여성의 사외이사 비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종숙 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일자리·인재센터장은 “사외이사 후보군은 대개 중견 전문가들인데 여성의 사회 진출 역사가 짧다 보니 사외이사 진출이 아직 저조한 편”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사외이사뿐 아니라 사내이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저조한 것 역시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여성인 권숙교 우리FIS 대표이사는 “직접 경영을 해보니 남녀가 각각의 장점이 있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며 “임원 개개인에 대한 성별 공시는 문제가 있는 만큼 전체 비율만 자율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공시 규정에 따라 상장사들은 직원이 남녀 각각 몇명씩인지 공시한다. 세부 사업 분야별로 나눠서 공시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사와 미등기 임원 등 경영진의 경우 이름은 공시하지만 성별에 대한 공시는 없다.

우리나라의 여성 임원 비율은 세계적으로도 유난히 낮은 편이다. 최근 미국의 기업 분석기관인 GMI레이팅스가 우리나라 106개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성 임원 비율은 1.9%였다. 조사대상 45개국 중 43번째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반면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유럽에서는 아예 여성 임원 비율을 할당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프랑스는 기업 임원 자리의 40%를 여성에게 주는 여성할당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는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을 2015년까지 33%로 높이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0년까지 비상임 이사진의 40% 이상을 여성에게 할당하지 않으면 벌금 등 각종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한 상태다. 앞서 노르웨이는 2003년 공기업 및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을 전체 임원의 40%로 할당한 여성임원 할당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우리나라는 이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논란의 여지가 큰 남녀 할당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성별 공시 등을 통해 기업들이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임원의 여성 비율을 5년 내에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2013-07-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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