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위기 ‘대우사태’와 비슷…해법은?

동양그룹 위기 ‘대우사태’와 비슷…해법은?

입력 2013-09-29 00:00
업데이트 2013-09-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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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CP에 발목 공통점…”개인투자자 피해 최소화해야”

재벌 대기업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외환위기 이후 수차례 반복되면서 기업 오너 경영진과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론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29일 산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물량에 발목이 잡힌 동양그룹 사태는 1999년 온나라를 뒤흔든 대우그룹 사태와 유사하다. 가깝게는 세계 금융시장과 산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2008년 금융위기와도 닮았다.

동양그룹이 자금난으로 위기에 빠진 것은 결정적으로 은행 여신(대출)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자금으로 대체해 연명해온 것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회사채와 CP는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채권은행의 간섭을 피할 목적의 기업이 주로 발행에 나선다.

동양그룹의 ㈜동양,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동양인터내셔널 등 비금융 계열사의 부채총계는 작년 말 기준 4조4천273억원으로 집계됐고 이 중 차입금이 3조4천62억원이다.

전체 차입금 중에서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투자가를 통해 조달한 회사채와 CP가 1조원씩 총 2조원에 이르고 나머지 1조4천억원어치가 은행 등 금융권 여신이다.

은행들은 담보를 잡고 대출해준 만큼 떼여도 건질 게 있어 손실이 크지 않다. 하지만, 시장에서 회사채와 CP 투자자들은 동양그룹이 상환해주지 않으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1999년 부도를 맞은 대우그룹도 규모는 다르지만, 동양그룹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대우그룹은 은행 차입의 길이 막히자 1997년부터 1년 반 동안 당시 대우증권과 서울증권 등을 통해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와 CP를 발행, 시장에서 돈을 조달했다.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도 바로 회사채와 CP 등 시장성 부채 때문이다. 회사채와 CP를 든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미협약금융기관들을 채권단에 포함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극단적인 방안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자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의 대우채를 환매해줬고 투자신탁사들(현 자산운용사들)이 채권단에 들어가 펀드에 포함된 대우채를 탕감 또는 출자전환해줘 위기를 넘겼다. 당시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직접 나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것이 위기를 넘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역시 시장성 자금 조달로 초래된 사태로 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동양사태의 이차적인 책임이 금융당국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금융당국이 대우사태와 세계 금융위기 등 위기를 끊임없이 겪고도 시장성 여신 발행을 묵인해주고 투자자 보호에는 소홀했다”며 “은행과 비은행 간 경계에 있는 사각지대를 버려둔 감독부실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해결되려면 일단 위기를 부른 동양그룹 오너 일가가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너 일가가 진정성 있는 해결 의지를 보여 시장 신뢰를 얻으면 은행 등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시장 충격과 국가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금융당국이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까지 채권단으로 끌어들여 워크아웃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소장은 “동양사태는 기관투자가가 너무 많아 채권단 구성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금융당국 주도로 금융기관을 조율하지 않으면 풀기 어렵다”며 “시스템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기관투자가를 끌어들여 워크아웃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 기관과 은행, 금융당국이 나 몰라라 발을 빼기 시작하면 동양 계열사들은 부도 후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고 개인투자자들의 동요와 혼란을 부를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권단 구성이 불발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봐야 한다”며 “동양그룹이 출자에 나서거나 계열사 등 자산을 빨리 매각해 개인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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