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AI 발병 한 달…닭·오리 380만 마리 매몰

AI 발병 한 달…닭·오리 380만 마리 매몰

입력 2014-02-16 00:00
업데이트 2014-02-16 10:4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011년 5월 4차 AI 사태가 끝난 이후 2년8개월 만에 재발한 AI 사태는 17일로 꼭 한 달을 맞이한다.

한 달간 방역당국은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높은 방역조치에 들어갔고, AI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닭·오리 380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현장에 투입된 방역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미지 확대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9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닭으로 분장한 가면을 쓰고 조류인플루엔자(AI) ‘예비적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적 살처분 약속과 동물보호단체의 참관 허용, 동물복지형 축산 도입 등을 촉구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9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닭으로 분장한 가면을 쓰고 조류인플루엔자(AI) ‘예비적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적 살처분 약속과 동물보호단체의 참관 허용, 동물복지형 축산 도입 등을 촉구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 처음 만난 불청객 ‘H5N8’ = 이번 AI는 과거 4차례 발병한 ‘H5N1’형이 아닌 ‘H5N8’형이다.

H5N8형은 1983년 아일랜드와 2010년 중국 장쑤(江蘇)성에서만 두 차례 발병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다른 발병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단백질과 N단백질로 구성되는데 고병원성을 지닌 AI는 대부분 H5·H7과 N1·N2·N8·N9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H5N8형은 기존 H5N1형과 혈청형이 다르지만 감염증상과 병원성은 H5N1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AI 발병농장에서 H5N8형 바이러스를 분리해 분석한 결과 인체감염 사례가 있는 H5N1형과 H7N9형에서 보이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을 갖게 하는 유전자 변이도 확인되지 않았다.

즉 사람이 H5N8형 AI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고, 설사 감염됐다 해도 현재 보유한 항바이러스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다.

◇ 닭·오리 380만 마리 살처분 = 다행히 H5N8형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확률은 낮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과거 H5N1형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H5N8형도 닭·오리 등 가금류에는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H5N8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오리는 폐사율이 20∼30%에 달했으며 닭은 무려 90%에 육박하는 폐사율을 보였다.

방역당국은 AI의 전국적 확산을 막고 이번 사태를 조기 종식하기 위해 발병농장은 물론 발병농장 반경 3㎞ 이내 가금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오리 등도 ‘예방적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15일 기준 178개 농장에서 사육하던 닭·오리 등 가금류 379만3천 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이는 2006∼2007년 2차 AI 사태 때 살처분한 280만 마리를 넘어서는 규모다.

2차 AI 사태 때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253억원을 지출했고, 총 피해액은 5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에도 정부는 살처분 한 닭·오리 한 마리당 평균 1만500원∼1만1천원을 보상할 방침이다.

AI가 추가 발병하지 않고 이대로 끝난다고 가정해도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400억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여기에 생계·소득안정 지원금, 가축입식 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더하면 총 피해규모는 7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방역 공무원·군인 등 15만명 AI와 ‘사투’ = AI가 발생한 이후 한달 동안 방역당국은 AI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다.

AI가 발병지에서 사람이나 차량에 묻어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수평전파’를 막기 위해 발병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3㎞, 10㎞마다 ‘3중 포위 방역망’을 치고 축산시설 소독과 차량 이동을 통제했다.

이에 더해 방역당국은 AI를 발병 초기에 근절하고자 지난달 19일 오전 0시부터 20일 자정까지 48시간 동안 전남북·광주광역시의 가금류, 축산 관계자, 축산차량을 대상으로 사상 첫 ‘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을 발동했다.

또 설 연휴 민족 대이동으로 AI 바이러스가 퍼질 위험이 있다고 보고 지난달 2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AI가 확산하는 조짐을 보인 충남북·경기 지역에 2차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하는 강수를 뒀다.

발생 초기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한 덕에 AI는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고 발생 3주차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방역 조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축사 소독과 차량 통제, 살처분 작업을 수행한 공무원·군인·경찰 등 방역 관계자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른 덕분이었다.

방역 당국은 16일 기준 살처분·매몰 작업에 1만910명을 투입했고 674개 이동통제 초소를 운영하는데 13만7천621명을 동원했다.

이들은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은 살처분·매몰 작업을 묵묵히 수행했고 한겨울 한파에 떨며 이동통제 초소를 지켰다.

그러나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충북 진천군의 한 공무원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등 AI와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들도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