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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첫 AI농가 “희망 없어…하릴없이 소독만”

고창 첫 AI농가 “희망 없어…하릴없이 소독만”

입력 2014-02-16 00:00
업데이트 2014-02-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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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식은 생각도 못하죠. 축사와 농장 소독만 하릴없이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고병원성 AI가 처음 확진된 지 한 달을 맞은 전북 고창군 신림면의 씨오리를 키웠던 농가.

15일 오후 가끔 주인이 분무기로 소독액을 뿌리며 경내를 오갈 뿐 외부와 오가는 사람은 물론 모든 차량이 통제돼 주변은 적막하기만 했다.

들녘과 야트막한 야산에 둘러싸인 농가로 통하는 길목마다 방역초소가 설치됐고, 주변 도로의 모든 왕래차량에는 묽은 소독액이 흩뿌려졌다.

반경 500m은 물론 접근로는 완전히 차단됐다. 3km 반경에서는 공무원, 경찰, 군인까지 동원돼 방역초소에서 차량 소독을 하도록 일일이 유도했다. 한 달 전 바로 그 모습과 여전히 흡사하다.

농가는 확진 당일 씨오리 2만여마리의 매몰처리 후 외부와 여전히 단절돼 있다. 설 명절에도 가족이 오지 못해 쓸쓸히 보냈다.

”(오리) 새 입식은 아직 꿈도 못 꾸죠. 언제 될지 기약 못해요.”라고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들리는 주인의 목소리는 풀이 죽다 못해 절망적으로 들렸다. 주인은 악몽을 되뇌기 싫은 듯 “축사 소독을 해야 한다.”며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이 농가 이후 오리, 닭, 철새에서 고병원성 AI가 줄줄이 확인된 고창군 동림저수지, 정읍시 고부면, 부안군 줄포·계화면, 군산시 금강하굿둑 부근으로 이어지는 도로마다 방역초소가 촘촘히 설치돼 소독이 이뤄지고 있다.

전북지역에 설치된 방역초소는 123개로, 서해안 지역은 대부분 도로에 집중돼 있다.

그러는 한편에서는 바로 지금, AI로 가금류가 매몰처분된 농가와 인근의 가금류 사육농가는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AI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반경 안에 있다’는 이유로 이동제한조치 때문에 입식이나 출하를 못 하면서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닭, 오리의 소비도 뚝 떨어져 출하 통로가 막힌 지 오래다. 경영난이 심해지고 그 시간이 길어지는 중이다.

급기야 이동제한조치에 걸려 출하를 못 한 김제시 금구면의 젊은 양계농가 주인이 지난 6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김제시 청하면 농장주는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닭을 풀어놓기까지 했다.

농가들은 이동제한을 풀어주거나 전량수매를 해주는 등의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지만, AI가 완전히 종료될 때까지 뾰족한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북도 AI 관계자는 “매몰처분 농가의 입식은 120일이 지난 후 입식실험에서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와야 가능하고, 주변농가는 위험에서 ‘경계’로 낮아지고 나서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며 가금류 농가의 정상화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발생 한 달을 맞았지만, 전북을 물론 충·남북, 전남, 충남, 강원 등 전국에 걸쳐 고병원성의 확진이 계속되면서 AI는 완료형이 아닌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국 오리·양계농가의 슬픔도 함께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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