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구조조정’ 3개 그룹 자구안 실천 어떻게 돼 가나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들이 엇갈린 구조조정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이 비교적 순탄한 구조조정 실적을 보이는 반면 동부그룹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시로 경고를 받으며 낙제점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지난달 동부익스프레스가 KTB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 계약 체결이 성사된 것 외에 뚜렷하게 자구안이 실천된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은행 채권단의 불만과 압박이 거센 상태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동부그룹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대놓고 말하며 동부그룹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또 동부그룹은 김 회장이 털기로 한 사재 1000억원 가운데 800억원을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사용하기로 한 데 대한 입장을 바꾸려 하면서 채권단과 마찰을 빚고 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매각 시 동부그룹은 1조 5000억원에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유력 인수 후보인 포스코는 이보다 절반가량이 아니면 인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 내부 회의에서 인수 여부와 관련된 논의가 오갔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인수하면 그동안 강조해온 재무구조 개선과 역행하는 것이라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조조정 작업에 가장 속도를 내는 곳은 현대그룹이다. 현대그룹은 최근 마켓 밴티지 리미티드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1140억원 외자유치에 합의했다. 현대그룹은 이를 포함해 그동안 실천해온 자구안 등으로 3조 3400억원의 자금 마련 가운데 2조원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현대그룹이 자구안 가운데 현대증권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최근 인수의향서 제출에 범현대가가 빠지고 사모펀드들이 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도 노후 항공기 매각 등을 통해 원만하게 자구안을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3조 5000억원의 자금 마련을 위한 자구안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 주가 하락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와 2조원 가량 되는 에쓰오일 지분 매각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원으로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2014-06-19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