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자율협약 신청 임박…그룹 구조조정 순항할까

동부제철 자율협약 신청 임박…그룹 구조조정 순항할까

입력 2014-06-30 00:00
업데이트 2014-06-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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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이 30일 오후 채권단의 공동 관리를 받는 자율협약을 신청키로 함에 따라 채권 금융기관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현재로선 채권 금융기관들이 자율협약 자체에는 동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자율협약 체결에 앞서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을 둘러싼 채권 금융기관 사이의 밀고 당기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버티기’가 통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부제철의 자율협약이 이뤄지더라도 동부의 다른 비(非)금융 계열사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 이 경우 채권단은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담보 설정을 요구할 태세여서 채권단과 동부 양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할 것으로 전망된다.

◇속도내는 자율협약…체결은 무난할 듯

동부제철 채권단은 30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회의를 열었다.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을 추진하기로 하고 산은이 다른 채권 금융기관에 자율협약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동부제철은 이날 오후 늦게 자율협약을 신청할 예정이다.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 산은은 협약 동의서를 만들어 각 채권 금융기관에 보낸다. 채권 금융기관은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정책금융공사 등 공기업과 농협·하나·신한·우리·국민·외환 등 6개 시중은행이다.

동부제철에 대한 실사도 이뤄진다. 채권 금융기관들이 가진 정보는 동부제철이 공시한 외부감사보고서인데, 기업 실사를 통해 동부제철의 실제 경영 현황과 재무 상태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기업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 자율협약 동의 자체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채권단 내 채권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산은이 자율협약을 추진하는 만큼 다른 채권 금융기관은 이에 보조를 맞춰줄 수밖에 없다.

채권단에 포함된 우리은행의 이순우 행장은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자율협약은) 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저렇게 (채권 규모가) 큰 산은이 가자는데 규모가 작은 우리는 협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르면 오는 7월1일 다시 회의를 열어 동부제철이 제출한 자율협약 신청서를 토대로 동의서 징구 기한을 명시해 채권단에 통보할 예정이다. 기한 내 채권단이 100% 동의하면 자율협약은 개시된다.

◇동부화재 지분 놓고 줄다리기 팽팽

문제는 채권단이 자율협약의 취지 자체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책임을 거론하는 대목이다. 통상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이나 자율협약은 그룹 오너의 부실 책임에 대한 추궁이 뒤따른다.

특히 채권단은 김 회장 측이 자금 여력이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금융권의 지원만 바란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가 이렇게 된 데는 김 회장의 책임이 크다”며 “대기업 오너로서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성의 있는 자세’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이다. 김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 가치가 주가 상승으로 높아진 만큼 이를 담보로 내놓고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14.06%)은 현재 주가가 5만1천원대까지 오르면서 추가 담보 여력이 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은 6.93%다.

결국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에 대한 추가 담보 설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동부제철 자율협약 자체에 대한 채권단의 긍정적인 기류와 무관하게 동부의 다른 계열사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은 낙관할 수 없다.

그러나 동부 측은 김 부장의 지분만큼은 절대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동부의 비금융 계열사에 국한한 것으로, 금융 계열사의 핵심인 동부화재의 지배구조를 건드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동부는 다른 자산과 계열사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문제가 해결되는 만큼 시간을 달라는 입장이다. 다만 동부특수강, 동부발전당진, 동부인천스틸 등의 매각이 여태껏 순조롭지 못해 단순히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회사채 차환도 쟁점…7월이 최대고비

동부가 당장 꺼야 하는 불은 자율협약 체결보다는 유동성 위기다. 자율협약 체결도 그룹이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동부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을 돈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 달 초 자율협약을 신청한 동부제철의 회사채 7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고, 동부 비금융 계열사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동부CNI의 회사채 600억원도 만기가 돌아온다. 그룹 전체로는 다음 달에만 2천200억원의 회사채를 막아야 한다.

이 가운데 동부제철 회사채는 400억원이 차환발행 대상이며, 이 가운데 240억원을 신보가 떠안아야 한다. 차환발행이 이뤄지면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신보가 난색을 보인다는 점이다.

신보는 채권을 다른 금융기관보다 먼저 회수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을 조건으로 자율협약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다른 채권 금융기관에선 “공기업인 신보가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동부CNI의 회사채도 문제다. 동부는 500억원 가운데 100억원을 산은이 해결해주면 나머지 400억원을 어떻게든 채워 넣겠다는 입장이지만, 산은은 투기등급이 된 동부CNI 회사채에 100억원을 넣는 게 불가능하다고 맞선다.

동부CNI 채권단은 은행이 거의 없고 제2금융권 중심으로 구성됐다. 채무 불이행 위기를 맞으면 워크아웃이 아니라 곧바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권에선 자율협약과 회사채 지원을 두고 상반된 시각이 있다. 현금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부와 김 회장 측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는 시각과, 반대로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지 않으려고 버티는 김 회장에게 유리한 구도로 흘러간다는 시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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