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 와중에 정제마진 반짝 상승 ‘기현상’

유가하락 와중에 정제마진 반짝 상승 ‘기현상’

입력 2014-10-15 00:00
업데이트 2014-10-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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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가동률 하락으로 원유 수요처 줄자 유가하락

실적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정유사들이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 와중에 수익성과 직결된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기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종 석유제품의 판매가격에서 원유수입 가격을 뺀 복합정제마진(싱가포르 기준)이 올 2분기까지 배럴당 5.75달러에 머물다 지난달 초순부터 6달러 선을 오르내리더니 지난달 말에는 7.32달러까지 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다시 5∼6달러선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정제마진의 7달러선 회복은 2012년 1분기 이후 2년여만이다.

정제마진의 하락세는 지난 3년여간 정유사들이 실적부진의 늪에 빠지게 한 원흉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정유사들도 마진상승에 반색했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최소 배럴당 4달러 수준을 넘어야 수익이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런 정제마진의 반짝 상승은 최근의 유가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3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85.74달러로 201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상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로선 정제마진이 악화돼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원유 운송기간이 한달 정도 되는데 한달 전보다 현재 가격이 싸지면 그만큼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엔 반대의 현상이 빚어졌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제마진 하락이 유가급락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다.

최근 한국,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 동남아, 중동 지역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의 가동률이 급락했다. 중국에선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하락으로 설비 가동률을 낮춤에 따라 지난달 석유제품이 순수출에서 순수입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유 수요처가 줄게 되자 중동 국가들이 원유를 세일 판매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최근 OSP(Official Selling Price: 산유국이 실제로 판매하는 원유의 기준 가격)를 인하했다.

여기에 미국 셰일가스의 공급 증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부의 내분 문제도 공급 과잉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생긴 원유가격 하락이 석유제품 원가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석유제품 가격은 별다른 변동이 없는데 비해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내리면서 정제마진이 살짝 반등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근래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사의 주가가 반등한 것도 유가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상승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까지 정제마진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가동률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정제마진은 회복세 또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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