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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어린이집 “곳곳에 CCTV·검증된 교사”…입소는 바늘구멍

대기업 어린이집 “곳곳에 CCTV·검증된 교사”…입소는 바늘구멍

입력 2015-01-21 13:26
업데이트 2015-01-2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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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에 다니는 황모씨는 4살 난 아이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직장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황씨는 “어린이집에 1년 정도 다니면서 말문이 트인 아이가 부정적인 단어는 거의 쓰지 않고 ‘예쁘다’와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주로 쓰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민간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은 명단이 공개된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한화 등 상당수 기업은 이미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어린이집은 정부보조금뿐만 아니라 회사 지원금까지 받기 때문에 민간어린이 집보다 시설이나 운영의 질이 높아 ‘직장 맘’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상당수 어린이집이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검증된 보육교사들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원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어린이집 입소가 대기업 입사만큼이나 어려워 소수만 혜택을 누리는 실정이다.

◇”주요 동선마다 CCTV·검증된 교사”

삼성전자는 수원과 기흥, 화성, 온양, 구미, 서초, 광주 등 전국 사업장에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주요 이동 동선마다 CCTV를 설치했으며, 공인된 보육교사들만 채용한다.

지난해 3월 수원디지털시티에는 보육정원이 900명에 달하는 전국 최대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기존의 보육정원 600명이던 어린이집에 300명 규모의 제3어린이집을 추가로 증축해 규모를 늘린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몇백 명의 어린이가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법에서 규정한 안전 및 위생수준보다 한층 더 엄격하게 관리,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LG유플러스가 1996년 서울 용산 사옥 인근에 어린이집을 개원한 것을 시작으로 계열사별로 전국 사업장 28곳에 어린이집을 마련해 어린이 1천300여 명을 보육하고 있다.

지난해 28번째로 개원한 LG광화문빌딩 어린이집은 303㎡ 규모로 LG생활건강, 서브원 등 입주 계열사 직원의 자녀 40여 명(만 1∼4세)을 돌보고 있다.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바닥재, 벽지 등에 친환경 자재를 이용한 3개의 보육실을 갖췄다.

현대차그룹도 주요 사업장 인근에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2013년 문을 연 양재사옥 어린이집은 교사와 협의를 거쳐 CCTV도 설치했다. 보육교사는 아동 4.3명당 한 명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린이집 곳곳에 CCTV가 설치된 것은 물론 수시로 본사 차원에서 보육활동이 원활히 진행되는지 점검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부모 불만 사례가 없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총 16개의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SK이노베이션 3곳(본사, 대전, 울산), SK텔레콤, SK네트웍스, 워커힐, SK케미칼, SK C&C, SK건설, SK하이닉스 4곳 등이다.

이 가운데 2곳은 SK하이닉스가 부지를 제공하고 이천시와 협약해 설립한 국공립어린이 집으로, 여성근로자가 많고 반도체 생산공정의 3교대 근무를 감안해 24시간 운영되는 점이 특징이다.

한화그룹은 서울 2곳을 포함해 전국에 총 7곳의 어린이집을 설치했으며 어린이집마다 9명의 교사를 두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 서울 사업장별로 총 3곳을 운영 중이다. 포스코센터 1층에 있는 포스코어린이집의 경우 총 6개 반으로 이뤄져 있다. 보육담당 교사 한 명당 평균 원아 수는 약 5명이며, 모든 교실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서울 종로에 있는 본사에 70여 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설치한 GS건설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보육교사들만 채용한다. GS건설 관계자는 “보육교사 자격은 원래 아동학과 관련 2년제 학교를 졸업하고,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보유해야 하지만, 4년제 졸업생으로 자격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입소 ‘하늘에 별따기’

그러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의 정원은 전체 임직원 수보다 턱없이 부족 하기때문에 입소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대부분 기업은 사내 부부나 맞벌이 부부, 여직원에게 우선순위를 주고 있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무작정 대기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SK 계열사에 다니는 4개월 딸을 둔 A 과장(여·34세)은 만 1세 반 어린이집 입소대기 신청 20번째다.

입소 1순위인 맞벌이 여사원에 해당하지만, 지난해 10월 같은 자격 요건을 가진 다른 워킹망들과 추첨에서 떨어졌다. 입소 추첨에서 떨어지면 대기순번 추첨을 하는데 이마저도 20번째를 뽑은 것이다.

A 과장은 “딸을 출산하기 한 달 전인 2013년 10월에 신청한 집 근처 어린이집은 아직도 대기 순번이 33번째이고, 서울시보육포털이 제공하는 입소대기 신청란에 7개의 어린이집을 신청해 놨지만, 지금까지 연락을 못 받았다”면서 “차라리 직장 어린이집을 기다리는 것이 빠를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 어린이집은 현재 만 1세 반과 2세 반의 경우 대기 순번이 16번째까지 나갔다. 포스코 관계자는 “한번 입소하면 4년 동안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부모의 해외 파견 등이 아니면 자리가 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직장 어린이집은 일단 설치하면 연간 상당한 운영비가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무작정 정원을 늘릴 수는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에 어린이집을 지어 기증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LG복지재단은 2008년부터 연간 15억원 이상을 투입해 매년 지방자치단체 1곳을 선정,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어린이집을 건립해 기증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주, 구미, 오산, 여수, 청주, 서울 금천구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 어린이집을 기증했으며 현재 이들 어린이집에서 800여 명의 어린이들이 보육 중이다.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전국적으로 어린이집과 보육시설의 수용률은 평균 80% 수준으로, 몰리는 곳에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면서 “따라서 대기업들은 부족한 곳에 새로 어린이집을 짓되, 기존 보육시설과 제휴를 맺으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보육시설과 제휴를 맺으면 해당 어린이집은 그 기업 직원들의 자녀를 일정 비율 받으면서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은 부담을 줄이고 보육의 질은 좋아지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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