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보다 동네슈퍼가 더 내는 카드수수료 체계 바꾼다

대형마트보다 동네슈퍼가 더 내는 카드수수료 체계 바꾼다

입력 2015-11-02 08:41
업데이트 2015-11-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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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하락 등 원가절감분 반영…가맹점 81%가 0.7%p 인하 혜택카드사 수수료수입 감소할 듯…소비자 혜택축소 ‘불똥’ 우려도

2일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이 시행되면 영세·중소 가맹점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가 있다.

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감소해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당국과의 사전협의 단계에서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요율 인하에 합의한 카드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져 비상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신용카드 이용자들의 카드혜택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5만원 이하 사용액에 대한 무서명 결제가 확대되면서 카드 이용의 편리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골 깊은’ 카드수수료 분쟁…2012년부터 3년 주기 변경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카드사들과 가맹점들 간의 분쟁은 역사가 깊다.

2007년만 해도 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1%대 수준이었던 데 비해 영세 자영업자 수수료율은 4.5%에 달했다.

동네 슈퍼마켓이 대형마트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카드수수료 체계에 대한 불만은 소상공인단체를 중심으로 한 카드결제 거부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소상공인들은 당국과 카드사를 압박했고 결국 정치권을 움직여 2012년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법 개정에 따라 신용카드 도입 이후 수십 년간 이어져 왔던 업종별 수수료 체계는 적정원가에 기반을 둔 수수료 산정 체계로 변경됐다. 새 수수료 산정 체계에 따라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 대해 우대수수료율은 1.8%에서 1.5%로 낮아졌다.

하지만 2012년 수수료율 인하 이후에도 영세·중소 상인들은 매출 규모에 비해 수수료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입장이다.

중소상인과 대형가맹점 사이에 낀 채 우대수수료율도 적용받지 못하는 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평균수수료율 2.2%)은 대형가맹점(평균수수료율 1.96%)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서 역차별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정부는 2012년 수수료 체계 개편 시 시장환경 변화를 고려해 3년마다 원가를 재산정해 수수료율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올해 요율 변경 주기가 다시 찾아오면서 수수료 원가요인 변화와 영세가맹점의 부담 및 가맹점 간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수수료율을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 금리하락·리베이트 금지로 6천700억 인하 여지 생겨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발생한 주요 배경으로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하락이 꼽힌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하로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연 2.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5%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카드사가 발행하는 카드채(신용등급 AA, 3년물 기준) 금리도 2012년 6월 3.83%에서 올해 6월 2.1%로 떨어졌다.

자금조달 비용이 카드 수수료 원가 계산에서 20%나 차지하다 보니 카드사들로서는 요율 인하 여력이 커졌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더해 올해 7월부터 카드전표 매입을 대행하는 부가통신업자(VAN·밴)가 대형 가맹점에 지급하던 리베이트 관행이 금지돼 밴사와 카드사의 부담이 완화됐다.

신용판매 규모의 지속적인 증가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점도 인하 여력 산정에 반영됐다.

올해 카드수수료 원가 재산정 주기가 돌아옴에 따라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사와 회계법인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최근 3년간 환경 변화에 따른 수수수료 원가를 재검토했다.

그 결과 올해 수수료 인하 여력을 약 6천7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 것이다.

TF 논의 결과를 토대로 금융위는 당정협의를 거쳐 영세·중소 상인에게 4천800억원, 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에는 1천900억원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선에서 수수료율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매출 3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은 0.7%포인트, 매출 1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은 0.3%포인트의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전체 카드 가맹점 가운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12.7% 수준이다.

그러나 가맹점 수 기준으로는 전체의 81%를 차지한다.

◇ 카드 사용자 혜택 축소로 번지나…금융위 “가능성 낮다”

카드업계로서는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단기적으로 경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체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은 2012년 2.06%에서 2014년 1.95%로 낮아진 데 이어 2016년에는 1.8% 내외로 인하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금융위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카드사의 수수료 수입 감소분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윤창호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수수료 수입 감소 추정액 6천700억원이 단기적으로는 카드사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비용 하락분만큼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카드사의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는 3년 뒤 적정원가를 재산정할 시점에 금리가 인상되면 수수료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금융위는 카드사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의 활성화와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 단축 등 원가절감을 가져올 수 있는 ‘당근책’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관련 법령과 규정 개정을 통해 현재 매출액 1천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으로 규정된 리베이트 금지 대상을 매출액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또 현재 가맹점과 카드사간 별도 계약이 필요한 결제액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를 카드사의 통지만으로 가능하도록 확대해 전표매입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밖에 현재 5년으로 규정된 카드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을 신규 서비스의 경우 현행 5년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 수익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보니 카드 이용자 입장에서는 포인트 지급이나 할인 등 각종 카드 혜택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2년 수수료율 인하 대책 발표 이후 카드사들이 각종 부가 혜택을 크게 줄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규로 가입할 때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 적용 혜택이 줄어들 수 있는 점도 종전보다 소비자보호가 약화되는 측면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이번 수수료율 축소가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윤 정책관은 “수수료율 인하는 원가절감 요인 및 제도개선 비용절감으로 추진되는 것이기에 고객혜택 축소로 이어질 개연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면서 “그런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 축소 추진은 그동안 과도했던 의무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는 측면도 있다”며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의 활성화 등은 오히려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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