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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vs알파고 세기의 대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확산… PB·펀드매니저 “나 떨고 있니”

[이세돌vs알파고 세기의 대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확산… PB·펀드매니저 “나 떨고 있니”

유영규 기자
유영규 기자
입력 2016-03-14 23:04
업데이트 2016-03-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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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 온라인·비대면 채널 대비 사람 개입 줄여 인건비 축소 포석

우리銀, 테스트버전 서비스 개시…NH증권, 작년 업계 첫 ‘QV’ 선봬

알파고가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도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돈을 굴려 주는 서비스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적 변수 등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투자자의 돈을 좀더 안전하고 확실하게 굴려 준다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자문가의 합성어) 서비스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의 상상 이상으로 나타나면서 PB(프라이빗뱅커)와 펀드매니저 자리를 로봇이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14일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버전을 출시했다. 고객이 은행 모바일과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투자 목적과 기간, 목표 수익률 등 6단계 질문에 답하면 고객별 맞춤형 포트폴리오와 추천상품, 예상 수익률 등을 제시한다.

신한은행도 다음달 펀드상품을 추천해 주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선보일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사이버(Cyber) PB’ 테스트버전을, KB국민은행은 신탁상품 ‘쿼터백 R-1’을 선보였다. 증권가도 분주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증권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QV로보어카운트’를 선보였다. 고객별 투자전략을 제시하지만, 갑작스럽게 시장 상황이 바뀌면 “투자전략을 급수정하라”는 조언도 한다. 삼성증권은 국내 최초로 자체 생산한 로보어드바이저 핵심기술 특허를 출원 중이다. 핵심 기술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다양한 시장 국면이 반영된 과거 10년간의 주식시장과 현재의 시장을 가상거래환경으로 완벽히 재현해 내는 것이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결했듯이 로보어드바이저와 경쟁해야 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인공지능에 대해 경계심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완전한 대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로봇이 통계적 기법에 따른 주식 투자는 할 수 있지만 철학적 사고는 결코 할 수 없다”며 “투자는 단순히 계산과 경우의 수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고 신념과 철학이 담겨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 KB국민은행 PB팀장은 “아직 로보어드바이저의 실력은 알파고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면서 “기술이 초기 단계인 데다 영업이나 접대 등 인간이 할 수밖에 없는 영역들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금융자문가가 자기 자리를 쉽게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지금의 로보어드바이저는 2008년 금융위기 전 붐이 일었던 ‘퀀트 모델링’(금융을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계량분석하는 기법)이 이름을 바꿔 다시 부각된 정도”라고 폄하했다. ‘보완재’는 될 수 있어도 ‘대체재’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내심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시중은행 PB팀장은 “결국 투자가 확률게임이라는 점에서 보면 여러 경우의 수를 확률적으로 계산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은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면서 “실제 시장에 알파고와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등장해 연이어 높은 수익률을 내면 자리를 내주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개입을 줄여 서비스 가격을 낮추려는 금융사들의 궁극적인 노림수도 이런 상황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2016-03-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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