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잡스] 애플은 ‘전부’를 잃었고, 삼성·LG는 ‘기회’를 얻었다

[굿바이, 잡스] 애플은 ‘전부’를 잃었고, 삼성·LG는 ‘기회’를 얻었다

입력 2011-10-07 00:00
업데이트 2011-10-0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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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향방은

그동안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창의성으로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 왔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가 5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나면서 글로벌 IT 업계에 무한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애플을 ‘슈퍼 파워’로 이끌었던 잡스의 퇴장으로 IT 업계에 절대강자가 사라지고, 생사를 건 경쟁을 벌이는 ‘빅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떠난 만큼 장기적으로 애플의 혁신성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국내외 IT 업계도 ‘포스트 잡스’ 시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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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잡스는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기기 시장을 열었고, 곧바로 태블릿PC ‘아이패드’를 성공시키며 운영체제(OS) 기반의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확보한 소비자를 기반으로 TV와 생활가전제품 등 모든 디지털 기기를 하나의 OS로 묶는 ‘아이클라우드’를 론칭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모든 IT 업체들이 무한경쟁에 뛰어든 시점에 잡스가 숨을 거두면서 ‘애플’이라는 거함은 풍랑이 거세지는 대해에서 선장을 잃어버린 상황이 됐다.

당장 경쟁업체인 구글은 모토롤라를 인수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고, 삼성전자와 HTC(타이완) 등도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애플이 창출한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려 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 등도 독자 OS를 내세워 애플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 4일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4S’를 공개한 뒤 “잡스의 부재로 벌써 혁신성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정원모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잡스의 사망은 세계 IT 업계로서는 큰 손실”이라면서 “남들이 못 보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혁신과 상상력은 아무나 재현하기 힘들다.”고 아쉬워했다.

잡스의 후계자인 팀 쿡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아직 인색하다. 소비자들의 숨겨진 기호를 정확히 읽어냈던 잡스의 통찰력을 물려 받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미 전 세계에 애플의 확고한 제품 관련 생태계가 구축돼 있어 애플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재 세계 IT 업계는 애플의 ‘스마트 혁명’을 계기로 활발한 합종연횡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잡스의 공백을 틈타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진검승부에 나설 전망이다.

MS의 경우 2008년에 이어 또다시 포털사이트 ‘야후’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자사의 검색엔진 ‘빙’과 야후를 연합해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영국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도 블랙베리폰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IM·캐나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모두가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시작된 IT 빅뱅에서 살아남으려는 공룡들의 몸부림이다.

한편 ‘포스트 잡스’ 시대의 스마트 기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IT 업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 기기 관련 생태계는 이른바 ‘얼리 어댑터’(초기 구매자)들의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개도국 시장에서도 스마트폰이 유행할 만큼 대중화돼 있어 점차 혁신성보다는 하드웨어 사양과 완성도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스마트 기기 제조 관련 노하우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선 만큼 잡스 이후 세계 IT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11-10-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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