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승자로 남으려면 90년대 인텔을 벤치마킹해라”

“삼성전자, 승자로 남으려면 90년대 인텔을 벤치마킹해라”

입력 2014-11-18 00:00
업데이트 2014-11-1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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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호 서울대 교수 제언 “타이젠은 스마트폰보다 TV 공략”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흔들리는 위상을 지켜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와 융합적 사고의 한계를 고려할 때 가장 승산이 있는 전략은 1990년대 인텔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18일 이제호 서울대 교수가 전략경영연구 최근호에 게재한 ‘한국 스마트폰 관련 기업이 승자로 남기 위한 조건’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이 교수가 언급한 인텔의 전략이란 칩 세트와 중앙처리장치(CPU)를 엮어 PC 아키텍처 전체의 진화를 주도해온 것을 가리킨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여러 핵심부품을 역어 통합 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을 산업표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즉,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바일D램, 플래시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핵심 부품을 단품으로 공급하지 말고 묶어서 판매하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부품을 따로 구매할 때보다 통합 시스템으로 살 때 가격을 할인해준다면 고객사의 의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 인텔과 같이 통합 시스템의 아키텍처 진화를 주도해, 고객사가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없게 ‘족쇄’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조언했다.

한 번 족쇄가 채워지면 삼성전자로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가 수월해져 다른 경쟁사가 따라잡기 어려워진다는 게 이 교수의 예측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운영체제(OS)인 타이젠을 개발하는 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용해 본 경험이 별로 없고 전략적 사고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타이젠으로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정면 승부를 펼친다면 승산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두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후발업체로 뛰어든다면 ‘악순환의 늪’에 빠진다는 것이다.

꼭 타이젠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싶다면 삼성전자가 8년째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한 TV 영역에서 도전할 것을 추천했다.

iOS와 안드로이드가 아직 ‘족쇄’를 채우지 않은 틈새시장이기 때문이다.

TV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생기면, 스마트폰 플랫폼 등 인접 영역으로 타이젠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아마존이 ‘킨들’을 내세워 전자책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나서 태블릿 ‘킨들파이어’를 출시한 것처럼 말이다.

TV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 수익 대부분을 콘텐츠 업체에 양보하는 방안을 삼성전자에 제안했다.

또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문성을 갖춘 사업자를 해당 업무 책임자로 앉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들 중 하나라도 충족할 자신이 없다면 과감히 플랫폼 전략을 포기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이 교수의 조언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타이젠 기반 스마트폰보다 스마트 TV를 더 빨리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타이젠 연합은 일본, 러시아, 인도 등에서 타이젠 스마트폰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발표했으나, 매번 연기됐으며 그 이후 소식이 없다.

반면, 타이젠 기반 스마트 TV는 내년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에서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의 논문은 삼성전자 실적이 정점을 찍은 지난해 10월 작성돼 올해 전략경영연구 최근호에 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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