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적벽대전과 천안함사태/이준태 경희대 교수·중국학연구소 소장

[시론] 적벽대전과 천안함사태/이준태 경희대 교수·중국학연구소 소장

입력 2010-06-04 00:00
업데이트 2010-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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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태 경희대 교수·중국학연구소 소장
이준태 경희대 교수·중국학연구소 소장
천안함 사태로 인한 이른바 북풍이 거세게 불었던 6·2 지방선거도 끝나고 곧 군의 대응 태세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와 함께 책임의 과중에 따라 군 내부에 삼엄한 문책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46명의 소중한 젊은 해군장병의 희생에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문책과 군의 개혁이 필연적이겠지만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의 문책만이 천안함 사태를 풀어나갈 최선의 방도인지 곰곰이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현 시점에서 필자는 역사소설 삼국지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적벽대전의 교훈을 조조의 처지에서 주목해 보고자 한다. 잘 알다시피 손권의 오나라와 유비의 촉 나라 연합군을 치려고 조조는 백만 대군을 양쯔강에 결집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나라 최고 지휘관 주유의 반간계(反間計)에 속아 조조 스스로 자신의 참모이자 수군 최고 지휘관인 채모와 장윤을 참수케 하였고 이 일은 결국 조조에게 적벽에서의 엄청난 패배를 안겨다 주었다.

평생을 육지에서 전투를 해왔던 백전노장 조조는 수군 장수 채모와 장윤을 참수한 직후 “수군을 어찌하려는가.”라는 주위의 말을 듣고서야 적의 간계에 속았음을 깨닫고 크게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그 순간 적벽대전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적에게 속고 돌아온 장수일지라도 그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우선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생방송을 통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모 국회의원이 보여주었던 문제 접근 방식은 시청하는 국민으로 하여금 또 다른 걱정거리를 느끼게 해주었다. 불 끄는 소방관에게 “건물 안에 몇 명이 있느냐?”, “빨리 구해내지 않고 뭐하냐?”, “불났을 때 너는 뭐 했느냐?”와 같은 인기몰이 식의 질문보다는 “불이 더 번질 가능성은 없느냐?” 또는 “번질 경우의 대비책은 세워져 있느냐?”와 같은 질문이 오히려 위기에 직면한 국민의 마음을 하나 되게 하고, 넓은 의미의 국정을 맡은 정치인들에 대해 믿음이 가게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GNP와 군사력의 함수관계를 따지지 않는다고 해도 대한민국 군대는 결코 약한 군대가 아니지만, 군사전략적으로 의도된 적의 기습을 막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수중의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 한·미 연합훈련 도중 미 항공모함과 주변 함정들이 소련의 핵잠수함을 탐지하지 못 하고 급기야 항모와 잠수함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는데, 이는 수중작전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완벽한 국가안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안보의 전문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에도 많은 시일과 노력이 소요된다. 동시에 베트남전 이후 실전을 경험한 지휘관이 거의 없다는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천안함 사태는 향후를 대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이번 사태에 책임져야 할 지휘관이 있겠지만 될 수 있으면 지휘관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세로 각성하여 다시는 제2의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할 기회를 줄 필요도 분명히 있다.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지난 3월26일을 국군으로서 치욕의 날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절대 그 의기가 일회성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많은 국민은 이번 사태를 매우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대한민국군을 믿고 신뢰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통해 군이 더욱 강해지는 발전적인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또한 이것이 먼저 간 46명 장병들의 희생을 값지게 하는 것이라 믿는다. 적의 간계로 아까운 장수의 목숨을 빼앗아 버린 조조처럼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0-06-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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