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지리산 둘레길/임태순 논설위원

[씨줄날줄] 지리산 둘레길/임태순 논설위원

입력 2012-05-29 00:00
업데이트 2012-05-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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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을 앞둔 1999년 영국을 방문했다. 영국 등 유럽의 밀레니엄 사업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그리니치 천문대를 둔 영국 런던은 새 천년이 가장 먼저 시작된다고 해서 ‘밀레니엄 마케팅’이 한창이었다. 밀레니엄의 본고장에서는 뭔가 새로운 것이 있지 않을까 잔뜩 기대를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본 영국의 밀레니엄 사업은 보잘 것 없었다. 낙후된 그리니치 천문대 일대를 재개발하고 드문드문 있는 기존의 자전거도로를 연결해 영국을 순환하는 환상형 자전거 도로를 완성한다는 것 정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십이지대문’ 등 엄청난 인문학적 의미를 부여해 난리법석을 떤 것과 달리 의외로 소박했다.

우리나라에 자전거 또는 도보여행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었다. 2007년 제주 시흥초등학교와 광치기 해안을 잇는 15㎞의 제주 올레길이 첫선을 보인 것을 시발로 각 지자체가 무등산 옛길, 경기 남한산성길 등을 잇따라 만들기 시작했다. 도보여행 열풍이 분 것은 물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세계인들 사이에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끈 것에 힘입은 바 크다. 도보 또는 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데에는 서울신문도 크게 기여했다. 서울신문은 2006년 4월부터 13회에 걸쳐 ‘다시 걷는 옛길’이란 기획물을 통해 부산 동래에서 한양에 이르는 950리의 영남대로를 답사했다.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 삼남대로와 관동대로의 옛길을 추가로 답사해 지면에 소개해야 했다. 어쨌든 영국의 자전거길 조성사업은 몇년 뒤 우리나라에도 올레길 열풍을 불러왔으니 대단한 선견지명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지리산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 274㎞가 모두 완공돼 지난 25일 개통됐다. 2008년 남원 산내~함양 휴천 시범구간을 개통한 지 4년 만으로 전북 남원(56㎞), 전남 구례(77㎞), 경남 함양(23㎞)·산청(60㎞)·하동(68㎞) 등 3개 도 5개 시·군의 20개 읍면 117개 마을을 지난다. 한없이 빨라지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이 도보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길에는 역사, 인생, 문화, 철학 등 모든 것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800㎞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40일 일정이니 지리산 둘레길은 2주일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지리산 둘레길 완주는 국민들은 물론 특히 6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 매력적인 순례길이 될 것 같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지리산(智異山)에서 도보길 순례를 통해 지혜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2012-05-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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