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난파음악상 파문을 보며/임형주 팝페라 테너

[문화마당] 난파음악상 파문을 보며/임형주 팝페라 테너

입력 2013-09-26 00:00
업데이트 201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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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주 팝페라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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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계에서 큰 이슈를 몰고 온 사건이 벌어졌다. ‘난파음악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한 작곡가가 홍난파의 친일 행적, 역대 수상자들의 공정성 시비 등을 이유로 사상 처음 수상을 거부한 것이다. ‘난파음악상’은 지난 1968년 작곡가 홍난파(1898~1941)를 기리기 위해 제정돼 국내 음악계에서 그 권위와 전통을 인정받는 상이기에 이 사건의 여파는 컸다. 더욱이 ‘난파음악상’의 주관사는 부랴부랴 수상자를 변경했는데, 그 소프라노 또한 상을 거부하는 바람에 언론매체의 문화면과 사회면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

수많은 네티즌들의 설왕설래 속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이 사건을 보며 음악가인 필자에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이 사건 발단의 진정한 ‘주인공’인 작곡가 홍난파 선생이었다. ‘봉선화’, ‘고향의 봄’, ‘옛 동산에 올라’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작곡가인 홍난파 선생은 2000년대 들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었다. 그리하여 근래 들어 졸지에 ‘국민 작곡가’에서 ‘친일 작곡가’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친일 행적’이 확인되었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의 음악까지 ‘친일의 잔재’라 울부짖으며 ‘청산’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우리와 비슷한 다른 국가를 예로 들어보자. 나치에 가담했다고 판명난 불멸의 독일의 국보급 작곡가 ‘바그너’나 오스트리아의 전설적 지휘자 ‘카라얀’, 현재 이 두 음악가의 음악작품 또는 음반이 금지곡으로 지정되거나 판매금지 되고 있나? 아니다. 오히려 독일의 바이로이트에서는 해마다 여름 시즌이면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까지 열며 오래전부터 그를 기리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홍난파 선생처럼 ‘친일’로 낙인 찍힌 한국의 ‘이사도라 던컨’ 무용가 최승희(1911~1967) 선생에 대해 말해보자면, 그녀는 일제강점기에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갖은 고생을 하며 무용을 익혔다. 그 후 일본에서 조선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어디 그뿐인가. 일반인들은 해외로 나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그 시절 전 세계 각지를 돌며 성공리에 순회공연을 하기까지 했다. 일제강점기, 언제 어떻게 그 ‘전통’과 ‘맥’이 끊길지 모르는 ‘한국무용’ 기법을 작품에 녹여냈다는 것은 그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북한 김일성의 ‘러브콜’을 받아 월북하였고 북한 정부의 엄청난 지원 속에 활발한 예술활동을 펼치다, 결국 남한과 북한 모두에 버림받은 비운의 무용가를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

시선을 ‘예술’이란 틀 안에 맞춰 보았을 때 피와 땀, 혼이 서린 그들의 ‘예술작품’까지도 손가락질 받아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모조리 청산해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필자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일제강점기에 이 땅에 태어나 지금처럼 음악가로 살아간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고문을 받으며 죽어가는 가족들을 내팽개치고서 이 한 몸 바쳐 무조건적인 희생정신으로 ‘민족 음악가’ 혹은 ‘애국지사’, ‘독립운동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는 무척 어렵고 힘든 질문일 것이다. 아울러 ‘친일’, ‘종북’으로 낙인찍힌 그들의 ‘예술세계’, ‘예술작품’만큼은 좀 더 넓은 시야와 색다른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2013-09-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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